"자기야... 꼭 하루만.. 하루만.....어엉...
"싫어 .. "
"자기야... 단 하루 뿐인데도 싫은겨..아앙.."
이게 무슨 말일까요..ㅋㅋ
무뚝뚝하고 애교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나의 최대한의 콧소리 섞어가며
신랑한테 하루만 꼬맹이를 봐 달라고 부탁하는 소리다...
아~ 하늘은 무참히도 높고.. 고추 잠자리 맴돌며 가을 타는 내
맘을 더 심란하게 만든다..
여직껏 ..가을이 오면 가을인가보다..겨울이 오면 올해도 다 가버리는 구나..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아왔다..
그래도... 심란하지 않게.. 마음 따뜻하게 살았다..
결혼 10년째..
터울이 심한 아들녀석 둘을 뒀고... 자칭 무지 마누라한테 잘 한다는
신랑과 나...이렇게 10년 째 살고 있다..
난 결혼생활 10년 동안 단 한번도 혼자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다..
거창하게 여행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혼자 가볍게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앗다...
항상 남편과...아이들... 온 가족이 같이하는 쇼핑이나.. 가까운 곳에
김밥 싸가지고 소풍을 가는 그런거였다.
내성적인 성격탓이기도 하고 .. 외출을 거의 싫어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
..
그런데...
이 가을은 왜이리 힘들게 지나가는지...
서른하고도 다섯해의 가을을 난 ...
여직까지의 내 생활이 잘못인냥... 그렇게 한숨 섞어가며 힘들어 한다..
그렇다고 잘못 살아 온것도 아닌데 말이다..
몇일째 신랑과 실랑이를 벌인다...
10살짜리 아들녀석이야 자기 할일 알아서 하니 걱정이 없지만..
22개월 된 둘째녀석을 놓고 봐 달라는니 못 보겟다느니 실랑이는 계속 된다..
마냥 어딘가로 떠나고픈 맘..
"자기야.. 나 가을 타나봐.... "
"그래서.."
"그러니까 둘째 좀 하루만 봐주라.... 기차타고 싶어...응.."
"싫어.. 큰애는 봐줄테니까.. 작은 애는 데리고 가라..."
켁..~~ 무슨 이런 말이..
자칭 마누라한테 무지 잘 한다는 사람이..
"우쒸~어떻게 꼬맹일 데리고 가냐..
그러려면 안가고 만다.."
"그럼 가지 말던가....여보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왜 자기가 난리야..
그래도 가을 탈 시간이라도 있어 좋겠다..
누군 집에까지 일거리 들고 와서 일하는데..
난 가을 탈 시간도 없다... "
칫..그러게 누가 일 가지고 집에 오래나...
"그러니까 자기랑 나랑 하루씩 시간 갖자고 하자나...
하루씩..어때..."
오늘도 아침부터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무 소득도 없이 신랑은 출근을 하고...난...
허전해지는 맘을 달래려...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끄적여 본다..
우~~왜이리 가을이라는 단어는 맘속 깊이 파고 드는지..
멋진 여행이 아니더라도 홀가분하게 길지도 않게 단 하루만이라도
기차든 버스든 타고 떠나고 싶다..
가을 단풍이 아직 들진 않았지만.. 단풍진 그런 산들보단
아직 푸르른 산을 보며 떠나보고 싶다...
남편도 홀가분한 맘으로 떠나보고 싶겠지...?
그렇지만..
나 정말 이 우울한 기분 떨치고 싶단 말야..
***" 자기야... 하루만 꼬맹이 봐주라....응....
갔다오면 끼니마다 열심히 잘 챙겨 줄게....응" *****
..
..
아~~가을이여...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맘을 설레이게 하지 마소서....
아니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선물하소서.....
나와 남편의 실랑이는 몇일 계속 일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