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별식을 먹고 싶다
별식이라고 해봐야 부침개 나 칼국수 수제비 정도지만
이상하게 비오는 날엔 밀가루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는 아마도 어릴적 추억과 맞물려있음이리라
어린시절 비 오는 한 낮
담장너머로 부침개 부치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꼭 한 두집에선 나곤했다
그리고 밀 이나 보리 를 볶아먹기도 했는데
사카린을 물에 녹여 밀과 콩에 살살 뿌려서 까만 무쇠솥 달구어서
나무주걱으로 휙 휙 저어 볶은 밀 과 콩은
달면서도 고소했다
엎드려서 책보면서 한줌
친구들과 멱 감으러 가면서
한줌 우리 어린시절 충분한 주전부리감이 되어주곤했다
비오는 저녁이면 우리집에서는
할머니 하고 어머님의 대 역사가 시작되곤했다
우리 가족만 13명 상머슴,중머슴,해서 남의 식구 2명 해서
15인분의 칼국수 밀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어린 나는 그저 좋아서 방문턱에 앉아
두분의 칼솜씨,홍두깨 미는솜씨,에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붉은 팥을 무쇠솥에 넣고 푹 고아서 거르고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끓이는데
여름철 비오는날 정말 별미였다
큰 솥이라 이웃집과 나눠먹고도
큰 양재기에 넉넉히 남겨두고
먹고싶을때 언제던지 먹으라고 장독대에 얹어두곤 했다
칼국수 부침개 밀개떡
비오는 여름낮엔 어린시절 먹던 별미들이 문득 문득
생각나서 밀개떡이야 재료가 없어 못해먹지만
부침개,칼국수,는 비슷하게 맛을 내느라 내 딴에는
애를 쓰지만 왜 ? 그 맛이 아닌지
조미료에 길들여지고 독한 향료에 매료된 내 혀는
이제 옛맛을 잃어버린건 아닌지
비오는 낮
별미생각에 오늘도 부시럭대며
냉장고 야채칸을 뒤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