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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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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줄었습니다. 내맘의 돌


BY 박꽃 2003-09-10

   추석 준비하러 시댁에 가려고 아침부터 집 치우다 잠시 앉았습니다.
   드디어 마음을 정리하니 늘 체끼처럼 얹혀있던 돌덩이가 반으로 줄어든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엔 미루던 외출을 했습니다.
   가까이 사는 아컴 친구들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전날 하려다 못한일 마무리하러 일터로 갔는데
   내가 일하는 내 한몸 같던 그 미싱앞에 앉는 순간
   갑자기 가슴 밑이 뭔가 뭉친듯하며 숨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심호흡을 하며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이런게 가슴앓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추석밑이라
   전에 다니던 옥공장(지금 다니는 직장과 이분거리)에 추석 인사 드리러 갔는데
   그분들도 경기 침체로 많이 어려워지신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내오신 음식 입에 조금대고 이 얘기 저 얘기하다보니
   일하는 나보다도 우리 공장 얘길 더 자세히 아시고
   맨날 술타령에 밤늦도록 온동네 시끄럽게 하더라구 얘길 하시더라구요.
   동네가 뜨네기들 땜에 이상해졌다고(이동네 시골이라 토박이 어르신들 많으시거든요)...
   그래 저는 한마디만 했습니다.
   월급쟁이때가 좋았던것 같다고...

   저녁 친언니 같은 동네 언니랑 동네 친구한테 밤 주운거랑 호박 따다 가져다 주러가서는
   그냥 간단히 한잔하자고 해서 앉았는데
   딱 한잔이 넘어가는데 갑자기 또 가슴이 조여지면서 아파오더군요.
   위경련의 전조같은 그 느낌 그 고통스런 느낌이었습니다.
   곁에 있던 언니가 
   "니 그거 속앓이다. 어디서 일을해도 똑같은데 뭐하러 힘들게 속앓이를 하니
   이언니도 너같이 속앓이 하다가 지금은 2년 넘게 정신과 약을 먹는다" 고.....

   아차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점점 고통스럽던 내 맘이 이런거였구나.
   돈벌겠단 욕심으로 묵묵히 일만해온 내가 
   현명했던게 아니라 미련했슴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데 내가 내몸 사리지 않고 일한다면
   어디서든 그만큼 못하겠습니까?
   마음이 정리되니 이제는 제대로 숨이 쉬어지네요.

   추석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