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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2

나 왜 이러지?


BY 박꽃 2003-10-03

아침에 냉동실문을 열다 황당했다.

나 도대체 왜 이럴까?

 

어제 저녁 갑자기 손님이 오셨다.

술먹은 남편이랑 함께.

근데 술을 내놓으라는데

엊그제 마트에서 사다놓은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아서

빨리 시원하게 대접하려고 냉동실에 몇병을 넣어두었다가

덜 먹고 남은것을 그냥 깜빡한것이다.

두병이 남아있었나보다.

그나마 한병은 몸체가 그대로여서 간단히 정리가 됐지만

한병은 완전히 폭파의 잔해마냥 깨치고 넘쳐나와서 냉동실 전체가 엉망이 되었다.

조금만 정신차렸으면 안 생길수 있는 일들이

요즘은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생긴다.

 

어제 낮엔 외출하려는데 지갑이 안보여서

지갑 찾는다고 온 집안을 아수라장 만들고

그전날은 밤 삶는다고 하다가

군밤 만들뻔하고....

 

또 더 오래전엔 지방에 다녀오면서 얻어온 된장봉투에 핸드폰 빠뜨리고

몇날 몇일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푹 절어진 핸드폰 보고 황당했던일.

그보다  더 전엔 세탁기속에서 가방이 나오고

그속에 있던 카메라랑 핸드폰 밧데리까지 망가트린 일.

여튼 셀수도 없다.

 

내가 생각해도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러다 진짜 나중에 집도 못찾아오면 어쩌지?

걱정 걱정이다.

 

가끔씩 아들들한테 얘기한다.

엄마 늙으면 꼭 몸에다 집 전화번호랑 주민등록번호 문신해놓으라고...

농담이 아니다.

치매란거 정말 내가 원해서 생기는건 아니니까.

피하자고 해도 나에게도 얼마든지 올수 있으니까.

이런 건망증의 상태도 치매와 별반 다르지 않는것 같다.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데 전혀 아무 기억도 나지않을때면....

 

전엔 총기 좋다 소리 듣고 살았는데

벌써 이렇게 깜빡깜빡하니

본인인 나 자신도 정말 속이 상하다.

 

어제 남편이 새로 핸드폰을 마련해주면서 당부를 한다.

잃어버리지 말라고....

정신 차리고 살겠다고 무조건 또 다짐을 한다.

나하고 약속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