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울 신랑 출근할려고 옷을 갈아 입으면서
거울에 쓱 비춰보며 스킨 탁탁 튀겨 바르더니
"어! 여기 떨어졌네".
"그래?그라믄 여기 나두고 다른걸루 갈아 입고 가라".
"내가 꿰메놓으께 "하고 침대 위에 휭 던져 놓았다.
울 신랑 나가고 한참 있다 메리야스 생각이 나서 보니 겨드랑이 밑 부분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메리야스 떨어진 것을 보는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난 그 메리야스를 들고서 한참을 소리내어 실없이 웃었다.
쉽게 바느질을 할수 없어서 망설이다 또 옆으로 밀쳐 놓았다.
그리고 그 메리야스가 눈에 띨때마다 자꾸만 바보처럼 실실 웃어댔다.
그러니까 한 15년 정도 됬겠네.
우리 신혼 시절에 있었던 참 귀엽던 얘기 아니 구엽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울 신랑은 한결같이 소매있는 메리야스를 고집한다.
한번은 내가
"자기는 왜 맨날 소매있는거만 입는데?"
그러니까
"그냥 그게 편해서".
이렇게 아무 뜻 없이 그냥 무뚝뚝하게 뱉어 버린다.
나는 지지리도 바느질을 못한다.
정말 지지리도 못한다.
그래서 난 날 돌연변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우리 언니들 셋인데 모두들 다 잘해서 옷도 떠 보내고 이쁜 모자도 뜨고
뭐도 하고 오만거 다 하는데 난 가장 기본인 바느질도 제대로 안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뜨개질이니 코바늘뜨기 뭐 이런거는 꿈도 못 꾼다.
어릴적 학교 다닐때부터 가정 시간에 바느질 하는 숙제 그러니까 뭐 박음질 홈질 시침질................
아니면 천 가지고 뭐 만들기 숙제 그때 는 남자 한복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난 손재주있는 친구를 찾아다녔고 그 애들에게 통째로 맡기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아무말 없이 이쁘게 잘 해주던 그 친구들이 넘 고마웠다.
아!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정말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신혼시절 !
어느 무더운 여름날
신랑 메리야스가 떨어졌던 것이다.
그것도 어깨위에 아주 동그랗게 좀 크게 구멍이 나 있는게 아닌가!
아직도 새것인데 말이다.
난 옛날에 엄마가 그렇게 하는것을 어깨 너머로 슬쩍 슬쩍 보고 자랐는지라
요것도 양말 뒷볼 꿰메듯이 고렇게 하면 되는줄 알았다.
그리하여 난 쉽게 헌 메리야스하나를 찾았고
떨어진 구멍의 크기보다 좀 더 크게 가위로 오렸다.
그런데 그 오려진 동그란것을 어떻게 대고 꿰메야 하는지가 아리송했다.
일단은 겉부분에는 붙이면 안 될것 같기에 뒤집어서 꿰메기로 했는데
어떻게 꿰메야 표시가 잘 안 날지가 아무리 해봐도 잘 안되었다.
이렇게도 함 해보고 풀고 저렇게도 함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또 풀고
이렇게 몇번을 기웠다 풀었다를 반복하니 옷에 바늘 구멍이 숭숭 나는게 아닌가!
지금 같으면 확 버렸을낀데......
한참을 씨름했드니 머리까지 지끈 지끈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대충 마무리했다.
뭐 이만 하면 잘 했네! 나혼자 흐뭇해했다.
그런데 며칠후
"나 오늘 계추 간데이.먼저 저녁 먹어라".
우리 신랑의 전화 한마디
지금은 집집마다 에어콘이 많이들 있지만
그때는 작은 선풍기만 열 폴폴 내며 돌리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저씨들 한 10명 정도 모여 술 먹고 고스톱에 열 올리고 있었으니 월매나 더웠겠는가?
우리 신랑 안그래도 유별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
아니 줄줄줄 흐른다는 표현이 맞을께다.
더우니까 위에 티이 정도는 그냥 자연스럽게 벗는기라
자기도 모르게 윗옷을 벗었단다.
그런데 옆에 있든 친구들이 하나 둘씩 웃드라나
그라면서
"야! 대중아 너거 마누라 억쑤로 알뜰한 갚다.
'야! 니는 장가도 잘 ~~~~갔데이.
"야 옷좀 사 입으라 그러다 니 금방 떼부자 되겄다.하하하하"
그래서 고개를 돌려 살펴봤는데
글쎄 하필이면 내가 꿰메준 그 메리야스를 입고 나갔는기라.
바느질 솜씨 억쑤로? 좋은 내가 꿰메준 그 작품 말이다.
겉으로 실이 듬성 듬성 보이고 동그랗게 오려 댄 것이 훤히 보이는 그런 옷
모두 상상해 보시라!.
멋적은 울 신랑
"야임마! 그래도 월매나 이쁘게 잘 했노?
"가만 있어봐라 내 금방 삘딩 살끼라.하하하하ㅏ".
그렇게 얼버무려 상황 마무리 하였단다.
그래서 그날 완전히 우리 신랑 스타아닌 스타되고.........
다음날 아침 울 신랑 그런다.
"어여!니는 바느질도 우에 그리 못하노?
"내 보다도 더 못하네. 이게 뭐꼬?.
"어제 계추가서 이 메리야스 때문에 월매나 웃었는지 니 아나? 아이그!!!!!!!"
난 도저히 고개를 들수 없어
"자기야!!!! 잉? 싸~~랑~해" 요렇게 코맹맹이 소리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40대가 훤히 보이는데도
한번씩 또 그 상황이 벌어진다.
딸아이 가정시간에
도시락 주머니 만들기 또 무슨 방석 만들기
요기는 박음질 요기서 부터 요기는 홈질~~~~~~~
요즘은 남학생 그것도 초등학생들도 벌써 무슨 신발 주머니 만들기 이런거를 한단다.
지금은 어떻게 하냐구?
우리 2층에 아주 바느질 솜씨 좋은 둘도 없는 보증수표 친구가 있기에 뭐 별로 걱정 안한다.
그 친구가 어디 가고 없으면 또 어떻하냐구?
그라믄 어짤수 없다.119 (수선집)으로 숙제가지고 직행이지뭐.
가서 또 궁색한 변명을 할수 밖에
아줌마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요거 좀 해 주이소.
넘 잘 하지 말고요 부탁하입시데이...
오늘은 우리 신랑 메리야스 기워야 겠다.
근데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도 어깨가 아니고 밑에 겨드랑이 부분이라서 좀 덜하다.
이번에는 잘 해봐야지!
근데 정말 오늘은 할수 있을까?
또 내일로 미루는 것은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