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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1

결혼 기념일을 찾고 나서


BY 살로메 2000-07-24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이웃에 가까이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 약속 못지킬거 같애.남편 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영화구경 같이 하자고 해서 ..지금 나가는 길이야"
'웬 영화구경?'
"호호 결혼 기념일이라네.오늘이.나도 몰랐는데 그이가 기억하구선 나오래는거야"
자랑스레 말하고 전화를 끊는 친구가 순간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결혼 20년이 다 되도록 단 한번도 결혼 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와 사는 내 자신이 왜 이리도 초라해 보이는지....

가슴 한켠에 싸아 ~하니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퇴근 해 들어온 남편한테 친구네 이야기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반은 부러움 반은 질투도 담고 그 나머지는 남편을 미워하는
감정도 섞어서 조잘조잘 이야기 했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남편 왈"미안해요.올 해부터는 우리도 결혼 기념일 멋있게 보냅시다.됐지?참 그런데 우리 결혼 기념일이 언제지?"합니다.

'뭐 아직 한달이나 남았어요.대신 날짜 잊어버리기 없기예요'
반 강제적으로 약속을 받아내고 .....
달력에도 눈에 띄게 표시도 하고 ,,,
그리고 D-day!!!!!!

집안 일을 일찌감치 끝내고 곱게 화장도 하고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는데 퇴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겁니다.
5시면 퇴근 시간인데 8시30분을 넘긴 시간에 딩~~동

그러나 비디오 폰에 비친 얼굴은 남편이 아닌 이웃의 친구부부.
'어머,웬 일이세요?'
"축하합니다.오늘이 기념일이라고 해서 술과 안주를 사가지고 왔습니다.축하주 한 잔해야지요"
'들어오세요.그이는 아직 퇴근 전이라서..'

그리고 조금 있다가 이 집의 가장 .자랑스런 저의 남편께서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술독에 빠진거 같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들어서자마자 쓸어져서
코를 골며 잠이 들어버립니다.
친구 부부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러운지 정말 어디로 숨고 싶은 심정인데 친구 남편은 가져온 술은 꼭 먹고 가겠다고 합니다
제 기분을 눈치 챈 친구가 아무리 끌어내도 막무가내.
결국 가져온 술을 다 마시고 간 뒤,
혼자거 중얼거립니다.
'여태도 챙기지 않던 기념일을 무슨..'

아침에 일어난 남편은 거실에 놓인 술병에 먼저 눈이 갑니다.
'야 이거 누가 다 마신거야?당신이 혼자서 마신거야?엄청나군.당신 그러다 술꾼되는거 아니야?'
'흥!술꾼 남편하고 사는데 마누라가 술꾼 되는거 당연하지'

이렇게 우리의 결혼 기념일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답니다.

그리고 결혼 기념20주년에 남편은 제게 장미꽃20송이와 강원도 지역을 3박4일동안 구경시켜 줬답니다.살림 잘 살아준 보상으로다....
올 해24년인데 계산을 잘못하는 남편은 25년으로 알고서 저를 중국 동반 여행에 초대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잊고 살던 기념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제게 멜을 주시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ㅎㅎㅎ
그 흔한 바가지 한번 긁지 않고 남편에게 받을건 다 받는다?

사실 이 글은 제가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글인데 요 아래 글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가져 왔습니다.
제가 직접 쓴 글이기에 저작권에 걸릴 일 같은건 없을 겁니다.
사실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면 제 스스로 허물을 벗는것과 같은 느낌이어서 제 자신의 글은 잘 안 올립니다만....
생활 에세이를 읽다 보니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