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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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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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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업일지 7.


BY 짱아찌 2003-09-28

몇날 며칠을 돌아다닌 끝에  우리의 형편에 맞는 자리를 구할수 있었읍니다.

우리 부부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라 아이문제도 생각해야 했읍니다.  아이가 종일반에서 돌아온뒤 같이 있을수 있게 방1칸이 달려 있는, 아울러 식사 문제도 같이 해결할수 있도록 간단하나마 주방시설도 마련되어 있는 그러한 자리를 마침내 결정했읍니다.

원래 우리 부부, 뭐든지 한번 결정내리기는 어려워 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초스피드 죽기살기로 밀어 붙이는 성격입니다. 특히 저의 남편, 성질급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지라  먼저 이 자리에서 영업하고 계셨던 분들을 하루빨리 내 보내고나서 자기 마음대로 이것저것 요리하고 싶어 안달복달이었읍니다.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면 며칠정도는 서로의 합의하에 장부도 정리하고 상권분석도 해야하고 기타등등 의논거리를 해결하면서, 완전히 우리 스스로 영업을 해 나갈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책없는 저의 남편, 생쥐가 쥐구멍 드나들듯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빨리 나가줍쇼하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더니 결국은 사무실이 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을 만나 잔금일까지 땡겨 버리고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읍니다.

간판을 새로 맞추고 도배도 다시 하느라 사람불러 견적내고 집에 있던 책상이며 컴퓨터며 소파까지 사무실에 도움될만한 것들은 모조리 내 와야 했읍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또 성질급한 값을 물어야했지요.

원래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이라는 것이 영업권에 대한 것, 시설물에 관한 것들에 대한 보상이랄수 있는데, 먼저번 사람들 가버리고 난 후에 찬찬히 살펴보니 쓸만 한 것이 하나도 없었읍니다.

텔레비젼은 오래 되어 빨간줄, 초록줄이 다 퍼져 있고 비디오는 고물상에 준다해도 싫다할 정도였고,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줄줄 새고 있었구요.

분명히 에어콘도 창고에 있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구색맞추기용으로 어디서 주어다 놓았는지 도저히 쓸마음이 생기지 않아 3000원짜리 딱지 붙여 처리해야 했읍니다.

거기다 주방에 있는 가스렌지는 나중에 닦아내면 되겠지하며 그냥 넘겼는데, 일년 열두달치 기름때가  빠질 생각도 안하여 두손들고 고물상에 주어버렸지요.

컴퓨터는 한술 더 뜨더라구요. 요즘 어디든 컴퓨터는 기본인데 이 망할 놈의 놈(?)들이 완전히 우리를 봉으로 알았는지 결국 집에 있는 컴을 내와야 했읍니다.

천천히 요모조모 확인해가며 인수를 받았으면 꼬투리를 잡아서 권리금을 덜 줄수도 있었고, 멀쩡한 우리 살림 축 날일도  없었을텐데....

 

방귀는 자기가 뀌어 놓고 남 탓한다더니 그 성질머리때문에 왕창 손해 본것을 남편은 또 저에게 화풀이를 해대었으니, 아무리 포용력 넓은 짱아찌라도 더 이상 참고 넘길수가 없었지요. 새로운 일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함에 서로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어 한번 터지면 끝 간데를 찾을 수 없을까봐 나도 성질 죽이고 참고 있었는데 .....

그 후 남편과 저 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 오간 막말과 내용은 차마 글로 올리지 못하겠읍니다. 그냥 짐작으로 하시길....

 부부싸움이 어떠한지는 다들 잘 아실테니....

 

거기다 우리는 뒷통수를 한방 더 맞아야 했지요.

분명히 자리를 우리에게 넘기고 조만간 동네를 떠날거라 하시던 그 분들이 아래쪽에 다시 자리를 잡으신거예요 글쎄...  분명 계약위반 아니냐 그럴거면 권리금을 왜 받았냐하며 몇번 다그쳐 보았지만(그런소리 잘 못하는  우리 남편땜시 강하게 주장하지도 못했지만)

매번 조금만 참아달라 금방 옮길거다 하면서 미루기만 하더니 현재까지도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볼적마다 얄밉지만 신참이 참아야지요.

 

또한 관공서며 이것저것 서류관계도 만만치 않지요.

교육이다 공제가입이다 의무조항이 많다보니, 협회에도 여려차례 다녀와야 하고 구청에도

가야하는데 담당직원앞에서는 왜 이리 쫄아드는지 , 과연 조건에 적합해서 등록증이 제대로 나와줄려는지, 서류를 접수시킨후에는 전화가 올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혹시나 다시해오라 빠구맞지는 않았는지, 나도 모르는 결격사유가 발견되어 말짱 도루묵이 되지는 않을런지....

하여간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시험준비 할때가 제일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붙기만 하면 모든 것이 척척 잘 될 줄 알았었거든요.

그래도 무사히 개설허가라는것이 나왔읍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등록증,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바로 그 것.

 달랑  종이 한장이었지만 그 속에 내 피와 땀이 고스란이 묻어 있는 바로 그 것.

저희 남편, 그것을 보자마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액자를 꺼내와 고히 모셔 두었읍니다. 그리고는 벽에 걸어두자고 우겨대는 바람에 한참을 말려야 했읍니다.

정말 못 말리는 저의 남편.

 

하옇튼 이래저래해서  마침내 고사상에 시루떡 한 시루 올릴 수 있었읍니다.

바로 창업이라는 것을 한 것입니다. 아직은 창업이라는 것의 정의를 내릴정도의 짬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면, 일일히 내 발로 뛰어다녀야 하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내 손끝 안가는 것이 없는  것이 창업이라 하겠읍니다. 또 그렇게 하려면 모든 것을 책임지며 해결할수 있는 의지력도 필수요건이지요.

 

오늘은 9월28일. 오늘로써 창업9개월에 접어들었읍니다.

요즘 이사철이고 부동산 시즌이라 조금은 바빠져 몸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예날에는 고층아파트 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그 세상속으로 내려와 사람들과 매일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읍니다.

 가끔은 다툴일도 생기고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당장 뒤집어 엎어 버리고 싶은 순간도 거의 매일이지만, 우리가 목표했던 꿈을 이루고,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위로를 삼아 오늘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읍니다.

설령 근사한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여유때문에 풍족하게 시작은 못했더라도, 경험이 부족해 여러번 시행착오를 일으키더라도 우리는 계속 이 일을 해 나가겠지요.

 

나의 창업일지를 오늘  오전중으로 다 끝낼려고 마음먹고 컴 앞에 앉았는데 오후시간도 절반이 지나갔네요. 처음에는 세편정도의 시리즈를 생각했었는데  웬 할말이 그리도 많았는지,

두서없이 길어지고 말았읍니다. 지루하지는 않으셨는지?

요즈음  다들 어려우신지라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주위에 많이 계시네요.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고  저 또한 중간 점검을 하고  헤이해진 마음을 가다듬어 처음 시작할때의 자세를 되찾기 위해 이 글을 올렸읍니다.

그 동안 저의 글에 용기를 주시고 말없이 읽어 주신 여러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짱아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