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두부 사러 가는데 같이 갈래요?"
"응. 잠깐만."하며 얼른 옷을 걸치고는 따라 나선다. 슈퍼에서 두부를 사서 나오는데 동치미 무를 세일한다. 들고 갈 사람 있을 때 사야겠다고 한 다발을 샀다가 이왕이면 하고는 두 다발을 샀다.남편은 커다란 비닐 자루에 가득 담긴 동치미 무가 무거운지 어깨에 짊어지고 끙끙거리며 따라온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여보. 자기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남편으로 통한다."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으면서
"프리미엄 붙여서 사라 그래."한다.
"얼마에 팔까? 10원?"
"치 내가 그거 밖에 안되냐?"
"그럼 100원? 천원? 아냐. 돈 더 붙여서 줘야 살걸?"했더니 금방 셀쭉해진다.
"아냐 아냐. 1억을 줘도 안 팔지. 어디 가서 당신같은 남편을 구해 와"하며 어깨를 두드려 줬더니 남편은 금새 아이 마냥 좋아한다.
어느 부자가 가난한 부부에게 아내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해주면 백만 불을 주겠다고 제의하는 영화도 있었고 우리 나라에서 상영되었던 베사메무쵸에서도 1억으로 잠자리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엔 큰돈에 마음을 뺏겨 수락을 하긴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돈보다는 부부간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누가 나에게 그런 제의를 한다면 어떨까? 나도 흔들릴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1억이 아니라 10억을 받은들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돈이란 것이 있으면 있을 수록 더욱 욕심이 나는 물건이라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만족을 모르고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부부간의 진정한 사랑은 아무리 작은 일에도 행복해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돈 주고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부부간의 사랑이요 믿음이다.
아이들이 뭘 사 달라고 할 때
"나 갖다 팔아서 사라."하면
"헤헤 엄마는 이마에 돈 붙여서 네거리에 내놓으면 돈만 떼어 갈걸?"하며 놀린다.
"이 녀석들아 엄마같은 사람 어디 가서 사올 수 있는 줄 알아?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 봐라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지."하며 큰소리 치지만 정말로 돈만 떼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수술을 하게 됐을 때. 친구가 우스개 소리로
"이제 고물 다 됐는데 돈 들여 고치지 말고 그냥 새 마누라로 바꿔요." 했더니
"싫어요.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고쳐서 다시 쓸래요.그래도 내꺼가 최고에요."하더란다.
과연 나는 얼마 짜리 일까? 나를 판다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실질적인 가치로 눈이 얼마 간이 얼마 이렇게 따져 보면 값이 나오겠지만 그건 아닐 것 같고. 주부의 노동력을 따져서 월급을 책정한다면 내 값이 나올라나? 그것도 통계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보이지 않은 무형의 가치가 나에게 얼마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남편에게도 부가가치가 높은 아내이고 싶고 두 녀석에게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엄마이고 싶은데 욕심인 것 같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그 것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1억 짜리 아내가 되었을 때 남편 역시 1억 짜리 남편이 돼 줄 것이고 내가 10억 짜리 엄마일 때 우리 아이들도 10억 짜리가 돼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결코 물질적인 가치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돈이 많은 부자이고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 비싼 사람일까? 통장에 넘쳐 나는 돈보다도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동전 한 닢의 가치를 더 쳐주는 사람. 쉽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는 정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약속, 신뢰 이런 것들을 더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물건보다는 소박하지만 정성껏 만든 과자 한 조각을 더 즐겁게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정말로 귀하고 비싼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귀하다고 생각된다.
행여 남편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것을 내비치지는 않았는지. 나보다 더 잘사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마음을 엿보이지 않았는지. 좀 더 큰집으로 이사 갔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진 않았는지. 아이들에게도 다른 집 아이와 비교를 하고 좀 더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겠다. 그런 별로 중요치 않은 일로 나와 남편과 아이들의 가치를 내려뜨리지는 않았을까?
나는 과연 얼마 짜리 일까?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모든 일에 만족할 줄 아는 감사하는 마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남의 아픔을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줄줄 아는 넓은 마음을 지닐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