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가을의 색깔이 무슨 색깔인지 아시는지요?
이렇게 하늘이 높아 세상이 넓어보이고,
내키가 작아져 버리는 계절.
가을이,
뒷산의 나무들과 지나는 바람과의 대화를 엿들으며
흐드러진 웃음을 날리고 있다.
웃음소리의 풍요로움속에 담벽에 붙어선 감나무에서 감잎이
바람의 손을 잡고 살랑살랑 땅에 내려 앉는다.
꼭대기에 매달린 감 빛이 아직은 푸른데,
혼자서 떨어져 내려오는 감잎은 벌써 이별 연습을 하는건가?
떨어져 내려앉은 감잎 하나를 주워서 들여다본다.
노란듯 빨강이고, 붉은듯 초록이며,
초록과 노란색이 섞인듯하다 따로 있다.
빨강속에 찍힌 연두빛의 점은, 어느화가가 그리 붓놀림을
섬세하게 할 수 있을까?
다른 또하나의 잎.
무슨 무슨 빛깔을 섞어야만 이런색깔을 만들어 칠할까!
잘 익은 과일의 빛이 이랬을까?
누가 맛을 보았는지 한쪽이 먹혀 있다.
하나 또하나, 그리고 또 하나...
손이 모자르도록 모아 보아도 하나하나가 새로운 빛깔이다.
소녀시절 이빛깔은 책갈피에 한두개 넣어 간직했는데,
지금보는 이빛깔은 책갈피가 부족해서 시작도 못 하는 거다.
찬 돌에 걸터 앉아서 엉덩이 감각이 무디는데도,
가을에 빠진 나는 감잎만 보고 있다.
"이고운 빛깔을 어느 님에게 전할까?"
"짧은 글솜씨로 어떻게 이 빛깔을 전해얄까?"
지나는 바람과 풀꽃마져 내맘 알아채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감잎 사이로 지나던 햇살이 비추인다.
손위에 있는 가을빛을 자세히 보라고,
연극무대 저 앞의 조명처럼 길게 비춘다.
가을이 내손에서 빛나고 있었다.
가을빛은 감잎색깔이었다.
가을 색깔도 감잎 색깔이란걸 알고는 자신있게 소리지른다.
"가을빛이 감잎 색이에요!
가을 색깔도 감잎 색깔 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