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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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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BY 소심 2003-09-22

 언젠가의 일이다.
      자주 들러는 모 주부사이트에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있었다.
      나의 모습을 자세히 알고 싶은 나도 참여를 해서 설문지에
      꼬박꼬박 체크를 해보았다.
      결과는 나의 주부스타일은 자유부인에 속한다고 나왔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이런 내용을 체크인 한것같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찬거리를 종종 부탁한다. 예스
     *남편이나 아이들의 옷을 빠짐없이 다림질한다. 노우
     등등이었는데..... 이름하여 나는 자유부인이라.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이고
     자유로우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장점으로
     평가받았던 기억이 난다.
     전업주부인 나는 그렇게 권한도 없다.
     다만 남편의 성격이 원만하고 완벽한 스타일이 아니고 그저 나의 의사를 잘
     들어주는 편이어서 편하게  서로간에 속박없이 살아가는 편이다.
     남편직장 앞에는 대형 마트가 있고 집은 시내와는 조금 외진 곳이라
     갑자기 찬거리가 떨어질라 치면 가끔씩 나는  에스오에스를 치는 편이다.
     "여보! 나지금 졸임하는 중인데 간장이 떨어 졌어 퇴근길에 부탁해요."
     "나지금 김치 담그는 중인데 있다고 생각한 마늘이 좀 부족하네"
     "깜빡했는데 아이들 간식거리를 준비 못했거던요. 제과점에 좀 들렀다 와용~~"
    
     특별한 일이 아니고 퇴근후 집으로 직행하는 날이면 남편은 싫은 내색없이
     나의 청탁을 다 수용해 주는 편이어서 설문지에 예스라고 답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우리집풍속도 중의 하나는항상 양복차림으로 출근해야 하는
     남편의 와이셔츠 다림질 문제이다.
     일주일치 양을 반듯하게 다려서 준비해두는 여느 집과는 달리 입은옷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세탁 해서 그대로 말리고 손으로 대충 손질해서 입도록 한다.
     아이들 교복도 마찬가지다.
     하복이나 동복 와이셔츠 열심히 다려대는 이웃집 엄마보고 대충다려서 입히라고
     강조한 적도 있다.
    "그렇게 맨날 다리고 정갈한 옷만 입히다 보면 고정관념이 되어 나중 들어올 며느리
     애먹이는 꼴 밖에 안된다고... 아이들좀 편안하게 키우라고"
     근데 양복속에 겉옷속에 받쳐 입는 와이셔츠 그렇게 안다려도 아이들이나 남편이나
     준수(?)한 인물탓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 그시간에 당신은 뭐하냐고?
    반찬신경좀 더 쓰고 가족들에게 다른 신경좀 더쓰고 나머지 남는 시간은 나자신만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지 오래전의 일인데 아무도 불평하고 이유달지 않으니  살림은 주부
    움직이는 대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기도 한 모양이다.
    나에게 있어서 자유부인의 의미는 가정을 잘 지키고 그리고 가족전체의 삶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주부라고 단언짓고
    싶다.

    그런데 내가 알고 사회를 떠도는 또다른 자유부인의 의미도 생각해 봄직하다.
    '마누라 없으면 우리 클럽에 와서 찾으세요.라는 어느 신문
    '마님들 운동제쳐두고 불륜파티만 즐긴다'라는 어느 지면...
    정비석의 소설에 등장하는 자유부인의 주인공 장교수부인이라는 여자 오선영,
    가정밖에 모른던 여자가 친구의 알선으로 동창회에 나갔다가 일순간에 변해버렸다는
    마음. 결국 남편의 지혜로 가정에 다시 돌아온다고는 하지만 황량해진 마음의 공허는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
    사회의 통념들이 인식하고 있는 자유부인의 대명사 외도.불륜의 찰나적인 사랑.
    첫사랑의 유혹적인 사랑. 이탈, 가출.남자들의 놀이감등등의 무질서속의 자유부인
    보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가면서 정녕 자신을 찾아가는
    그리하여 가정에 박힌 여자도 당돌하고 똑똑하고 박식한 지식과 지혜도 겸비해서
    쉽게 넘볼수 없는 말하자면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살아 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부인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속박당하지 않기위해
    원칙은 원칙답게 정직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살면서 작은힘이라도 들라치면
    아이들에게나 남편에게나 구원의 손길을 던진다.
    어찌보면 지독한 외조의 협조를 남편에게 받고 있는지도 모를 나의 결혼생활
    간섭하지 않고 바라 보아주고 친구처럼 가끔씩 공동의 화제거리를 만들어서
    대화의 시간에 응해주기고 하고 자주 가벼운 여행길에 동행이 되어
    살아감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그이가 있어 또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장거리의 운전에도
    "당신 나 위험할까봐 걱정 안되!라고  물어 볼라치면"
    "조심해라 조심해라  조바심 가지면 당신이 더 불편하고 운전하는데 불안하고
     방해만 되지 알아서 잘 다녀 오는데"하는 남편이 야속할때도 있지만 깊이
     생각해 보건데는 그것이 내가 자유부인이 되어가는 밑거름이었음을 새삼 자주
     깨닫게 된다.
     고로 자유부인이라는 나는 누구의 간섭없이도 제자리를 잘 지켜갈줄 알며
     그리하여 맡은바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도 찾아가는 그러한 아줌마가
     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