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전후에 한두시간씩 나는 성당의 성물판매봉사를 한다.
미사시간에 마추어서 가는 것도 때로는 부지런을 떨어야 할때가 많은 터라
한시간여전에 미리 가서 판매봉사를 한다는 것은 작은 희생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요즘은 더욱 더 희생정신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수험생딸아이가
주일에도 학교에 도시락을 싸서 등교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자칫 게으름을
핀다거나 아침도시락을 위해 조금더 신경쓰다보면 판매봉사시간에 늦어지게
되고 수녀님의 걱정을 끼칠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품목을 알아야 하고
가격을 알아야 하고
질서가 있어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등등의 이유도 있고 입출이 발생하는 일이라 가능하면 한두사람
꾸준히 오래 봉사를 해주었으면 하는 수녀님의 바램이라 부득히한 형편이 아니면
나가서 해야할 일을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사람은 많아도 정작 일할 사람은 적은 것이 공동체나 세속에서나 공동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한 요즈음
부지런을 떨었던 관계로 조금일찍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성물방 문이 열어지기를 기다리는 데레사가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묵주팔찌를 지난주 사갔는데 조금 불편해서 바꾸려고 왔다고 했다.
나의 사욕을 차리기 위한 장사가 아니기에 가뿐히 그리고 상냥하게 고객들의
입장이 되어 욕구를 충족 시켜준다.
오늘따라 고객들이 많다. 초를 찾는이... 성서를 찾는이... 성가책을 찾는이..
묵주를 찾는이.... 미사보를 찾는이... 품목을 적으가면서 돈거슬려 주어가면서
정확히 계산해가면서 판매하기란 바쁘고 이런일로 인해서 주일미사전에
성당에서 조용히 묵상시간을 가질 호사를 난 누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봉사하고 있는데. 금방 교환해간 데레사가 또 왔다. 팔찌가 굵다고...
아니 흠이 있다나. 또다시 교환을 해주었다.
미사후 신자들이 한껏 밀려들어서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는데 또 듣던 음성이 들린다.
팔찌가 또 이상해서 바꾸러 왔단다. 이사람 저사람 보기에도 힘든데 관심가져주길
원한다.
"데레사 성물인데 좀 흠이 있으면 어떠노. 기도가 중요하지 흠좀 있어도 끼고 다니다
보면 다 정이 드는 거야"
"성물이니까 흠이 있으면 안되지! 그러니까 바꾸어야지 "데레사의 생각이다.
바쁘니까 알아서 바꾸어 가라고 하고 나의 또다른 임무로 정신이 없었다.
오늘의 일들이 자꾸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상반된 생각들 가진 데레사와 나를 생각해 보았다.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세상밖에서도 물건을 선택할 때 가능하면 편하게 선택한다.
그리고 한번 선택했으면 뒷말은 하지 않는다.
때로 실수가 있으면 나의 안목이 부족했을테지 그러고 만다.
딸아이와 가끔씩 쇼핑을 즐길때도 제 욕구만족이 안될때는 이것저것 시간 낭비까지 하면서
이리재고 저리재는 딸아이에게 자주 나는 타이른다.
무엇이든지 까탈스럽게 행동하지 마라고 ...
무슨 일에나 쉽게 대충대충 넘어갈때 너의 인생도 그렇게 엮어 진다고.
그래도 제법 큰 성당이라 일년에 두번정도 한달간씩 돌아오는 청소당번이 되면은
자주 씨름을 한다.
분할구역을 정해서 여러팀이 하는데도 커고 웅장하기 때문에 청소를 잘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조금 따른다.
수백명이 움직이는 곳이여서 먼지도 많이 쌓이고 할일도 많다.
그럴때도 개중의 어떤이는 어차피 해야할 일 다하면서도 입으로 뿜어낸다.
먼지가 많다. 더럽다. 힘이든다.
그럴때도 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구석을 선택한다. 그리고 불평없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이다..
보이지 않는 양심까지 위대하신 그분은 다 보고 계신다고 믿고 있기에.
이런 습관들이 몸에 배여져서 인지 생활속에서 어려움이 닥칠때에도
가능하면 불평하기보다는 순종으로 받아들이고 노력해서 승화시켜보려고 애쓰면서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행동을 실천하다보면 실제로 나의 길도 어느샌가 평탄하게 엮이어
가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레사를 본 나의 욕심은 눈앞의 완벽보다는 먼발치의 완벽함과 넉넉함을
바라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실려 있었다.
일만원짜리 팔찌에 조금 흠이 서려 있다해도 가치가 떨어지는 일도 아닐테고
그리고 더더욱 위대하신 그분의 은총이 절감되는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니 말이다.
가능하면
생활에서 촉박함보다는 넉넉한맘으로 그리고 멀리 바라보면서 인생을 더넓게
그리고 푸근한 마음으로 여럿이 함께 다같이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음이
이가을에 느끼는 나의 인간적인 감정이다.
나의 좁은 마음을 비우고 비우다 보면 그 비워진 마음을 채워가는 것은 정말로 값진
보석이 될테니까.
인간적인 판단의 좋고 나쁘고 그러한 통념들의 개념들을 나의 의식속에서는 지워버리고
싶음이 또한 나이다.
넉넉하고 푸근한 내가 될때 나의 마음의 창고도 넉넉히 쌓여 갈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