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를 밟기에는 거리가 너무 짧았다.
그렇다고 차한대 겨우 지나는 폭의 거리에서
방향을 돌린다는것도 무리였다.
멈춰서서 물체를 확인하는것은 더더욱 엄두도 못 냈다.
눈앞에 보여질 정경이 미리 머리속에
환하게도 들어 앉아 있어서 혼자 앉은 차안에서
진저리를 치다가 이를 악 물다가...
온몸에 쫙 돋는 소름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한숨으로 진정도 시켜보지만
바로 보이는 앞집이 멀기도 하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야~~~아~? 누구유~?"
동네 남자들 몇몇이 모여 까만 냄비를 가운데 두고
둘러 앉은 폼이 술자리다.
"어라~! 왠일여유? 왜 그려유~!"
"저... 저기.. 우리집 내려오는데...보도브럭 위에....
나는 못해요.... 아저씨가... 치워 주세요. 빨리요... 부탁해요..."
얼떨결에 붙잡혀 나오는 동네 아저씨의 손엔
뜯다 만 닭뼈다귀가 들린채 였다.
"저기요.. 저기. 아저씨 혼자 가보세요. 난 못가요. 무서워요."
다시 오싹해 졌다.
성큼 성큼 올라가는 아저씨의 뒷 모습만 보다가
이젠 가도 된다는 소리가 들리자 마자
차를 쏜살같이 몰아 집으로 올라 섰다.
"아줌마~~! 정신 차려유~ 어째 아줌마가 그 모양이래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씀서 말여유~~~
그래갔구 어떻게 시골 살려구유~!"
술자리에서 얼결에 불려 오는 바람에 몇잔 덜 마신 소주가
못내 아쉬운듯 내려가며 연신 궁실 거리는 남자한테
나이하고 무서운거 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귀찮게 한게 미안해서 아무말 못한채
최대한 상냥하게 고맙다는 인사만 들려 보내며
나중에 차대접을 하겠다 했지만 별로 반기는 기색이 아니다.
술대접을 한다 했어야 했다 싶었다.
정말 이렇게는 하루도 못 살것 같았다.
이런광경을 몇번만 목격한다면
절대로 시골이 좋다고 안 할것 같았다.
서울에서도 숨 잘 쉬며 살고들 있더구만.
그 복잡한 거리에서도 길 잘 찾아 다니며 자기 볼일 잘 보고
싸다는 물건 사러 잘도 돌아 다니며 살더구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소도시도 답답해서
시골이 좋다하고,
거기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것 같아서
틈나는대로 가보면,
잡풀이 무성해서 짜증을 부려 가면서도 시골을 예찬한다.
지난 주말도 남는 짜투리 시간을 시골에서 보내며
손바닥만큼의 밭을 만들어 생강도 처음으로 심어 보고
땅콩모를 부었다.
그러다 결국은 사고를 쳐서
엄지 발가락에 붕대 깁스를 하고 있으면서
일이라곤 상상을 초월 할 만큼 서툰 남편에게
내가 하다만 일을 일일이 가르치곤 등떠밀며 시골로 내 보냈다.
고구마도 심어야겠고 땅콩도 조금씩 심어얄텐데,
발을 다쳤으니 그이를 잘 구슬러야 될것 같다.
"자기, 올라 가면서 봐요. 거기보면 길다랗게
핏자국이 있을거예요. 내차 바퀴에 깔려 죽은 배~앰요."
"내가 아무래도 그걸 키워야 할것 같어~ 그래야 자기가 밖에서 못 돌아 다니고 밭일도 못하지... "
"자기 지금 뭐라 했어요? 뭘 키워요? 정말, 그럴래요?"
잠깐 스치는 생각에 또 섬?하다.
이러면서도 내가 시골에 살 수 있을까?
정말 나이값도 못하는게 아닐까?
동면에서 깨어 나와 겨우 해바라기 하고 있는 동물에게
내가 방정 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건 아닐까?
아무리 여유있게 생각을 돌려 보려해도
내가 나이를 백살쯤 먹는다해도 안될 일인것 같다.
내가 그 긴 동물을 좋게,
아니 편안하게 쳐다 본다는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