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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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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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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


BY 27kaksi 2003-09-13

김수현씨가 쓴 추석 특집드라마 '혼수' 를 보면서,
현실을 잘도 꼬집은 그작가의 말솜씨에 또 한번 감탄을 했다.

앞으로 결혼을 시켜야 하는 딸을 둘이나 둔 엄마로서,
어쩌면 졸부의 전형적인 스악스런 신랑 엄마를 보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어느정도는 있을꺼란 생각에 씁쓰레해진다.
나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됨을 인정하며, 진부하지만 내용을
적어보면,
,
국밥집으로 시작해, 엄청난 돈을모아서 대저택에 사는 신랑엄마는
세상에 돈으로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 자기의 삶이 엄청 고급
스럽다는 착각으로 사는 졸부의 전형적인 안주인이다.
그 그늘에서 골프나 치면서 적당히 살아가는 남편과 큰아들, 그리고
부잣집딸이어서, 혼수를 억대로 해왔다는 큰며느리와 머리에 (뭐)만
들었을것 같은 딸, 그리고는 우리의 주인공인 유일하게 정신 똑바로박힌
둘째아들,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외제차를 타면서,
음식점에서는 거들먹 거리고, 있는체하는 천박한 엄마.
그리고,
후취로 들어와 어려운 환경에 한복집을 하면서, 사랑으로 애들을 보살펴
큰딸은 영어교사로 큰아들은 검사로, 주인공 신부는 은행에 근무하는
단란한가정을 대비해서,
돈에다만 비중을 두며사는 사람과 평범하지만 서로 위하고 사랑하는
보통 가정의 혼사얘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좀 과장된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요즘 결혼 풍습이 예전 우리 때와는 또 달라서 졸부 시어머니가 원하는 혼수내용은 우리가 상상하는것
이상이었다. 대강 기억하기로는,
신랑 시계가 1200만원, 신랑 엄마 밍크코트와핸드백이 4500만원과 750
만원, 가구가 1억원, 예단비로 1억원, 신랑부모님 한복이 8백만원.
한복에 다는 단추는 무슨 무슨 보석이어야 하고.....
45평 아파트를 준비해주고, 엄청난 혼수를 주문하기에 이르고,
6천만원으로 혼수를 준비 하려던 신부와 가족이 아연해지는데......

대사중에, 큰며느리가 시집올때는 와이셔츠 카우스보턴을 요일별로
보석이 다르게 7셋트를 해왔다는둥 시어머니 차를 해왔다는둥 누구네는
수십억 가는 땅을 명예변경을 해주었다는둥 하는말이 있었다.
쓰레기 같은 물건을 사느니 한가지라도 똑바른-외제- 것을 사서
대물림을 하면 품위도 있고 사람의 질이 달라진대나뭐래나,

결국 온갖 추태로 결말이 지어지고 그렇게 사랑하는 두연인은,
신랑엄마로 인해 두사람의 결혼이 깨어지고, 아들은 영원히집을 떠나는
것으로 얘기가 마쳐지는 내용이었다. 비극이었다.
그래도 두사람은 현명한 판단으로 헤어졌지만,
아름다운 두 젊은이가 추악한 어른으로 인해 불행해지다니...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는 두사람의 사랑에 눈물이 나왔다.

지극히 서민적인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까운 우리 주위에 그런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게 가난한 부모인 나에게는 슬퍼지는 일이었다.
우리 아인 어떻게 결혼을 시켜야 하나? 그런 사돈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결혼을 안시키고 싶다.

나의 결혼때가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둘이 헤어지지않고
저녁에는 한집으로 돌아와서 같이 살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학교 앞의 미니 이층방은 어찌나 위풍이 세어서 추웠던지.....
혼수라고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서로하고 시작했던 우린, 시작은 미약
하나 끝은 창대하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남부럽지 않게 살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때??로 잠깐이지만 어려웠던 신혼의 그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빤 대학원 때였지만 저녁이면 둘이서
서툴지만 저녁을 지어서 먹고, 같이 있다는게 좋아서 행복하기만
했었다.
"우리 결혼한거지?" 라고 서로 묻고는 웃고 "우리 부부 맞지?" 하곤
웃곤 했다.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게 신기 하기만 했으니까.
그의 집에선 내가 몸이 약하고 사치스럽다는게 반대 이유였고, 우리집
에선 그가 동갑내기고, 가난하다는게 이유였다.
그래도 우린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고,그런 우리가,
우리 자신도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으니까,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잘 살아가도록
가르쳐야지.......

드라마의 그엄마는 입에 붙은 말이,
"세상에 내자식이 얼마 짜린데.....넘봐, 그애에게 물려줄 재산이 얼만데"

우린 자식을 얼마짜리로 계산해서 기르는가?
그럼 우리 큰애는 얼마짜리여서, 얼마짜리의 사위를 맞아야 하는가?
왜 우린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철없는 큰애는 내게 말한다.
"엄마! 석이 오빠네는 부자가 아니라서 엄마 걱정 하지마."
엄마가 걱정 하는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부자가 아니면 아니라서 걱정이
고, 너무 부자이면 부자라서 걱정이란걸 모르는 아이의 말이다.

젊은이들이 책을 한권 사기보다는 명품을 가진걸 자랑스러워하고,
순수한 만남보다는 즉흥적이고,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게 되었는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 어른들 탓이다.
너무 나만 잘살고,잘먹고, 내자식만 좋은환경에서 살게 하는데 눈이
어두워, 인성 교육은 시킬 생각조차 못하고, 한탕주위와 허영만을
보여주었으니.....

찬찬히 돌아보면 그렇지 않고 바르고 정직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더 많은걸 본다.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이웃을 이해하면서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래, 아직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거야!
나부터 좋은 어른이 되어져야지.....
내주위라도 아름다운 심성으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야지....
명절뒤에 드라마 때문에 새삼 새로운 결심을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