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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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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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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 수설


BY 아리 2003-09-13

언젠가 법정 스님의 글에서 소유가 가져다 주는 고통이 싫어서

 

당신은 지금도 전기가 없고 인터넷이 없고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을 감수하고 사신다는 ...

 

한번은 누군가 가져다 준 향기로운 난 화분을 정성들여 가꾸고 돌보는데

 

산 아래 일을 보러 다 내려와서는

 

깜빡하고 그 난에 물을 주는 걸 잊어서 다시 산을 타고 올라가는 허무한 일상을 겪고는

 

소유가 가져다 주는 고통을 짐지기 싫어서 그 난을 버렸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글의 내용은 오래되어 다소 정확할른지 어떨른지는 모르지만

 

요즘 내가 바로 그 모양이다

 

이른바 어려운 집에 시집을 와서

 

내가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걸 상상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물론 결혼 전에는 언제부턴가 우리 신랑에게 지급되는 차는 나에게 주고

 

자기는 걸어다니겠노라고 늘 큰소리를 쳐왔지만 ..

 

그것은 정말 헛된 꿈이었다 흐 흐

 

집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늙으신 노모까지 모셔야하는 어려운 상황은 둘이서 발로 뛰고

 

손으로까지 뛰어도 늘 적자를 면치 못하고

 

간신히 무얼 막아놓으면 다른 곳에서 봇물이 터지곤 했으니 ..

 

더구나 당신 자식이 귀하고 잘난 걸 내세우기 위해서

 

결혼이 지나고 한참 후에도 먼친척이 다니러 오시기만 해도

 

'내가 저 아재를 대사때 양복을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래야했는데 ..."

 

이 말씀을 되뇌이시며

 

어여 양복을 해드리라는 억지를 부리시는 어머님의 어리광?

 

그 어리광과 억지도 지금 아니 계시는 어머님 앞에서는 간혹 작은 그리움으로 전환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다

 

지금은 더하겠지만 집이 없이 살림을 시작하는 건 당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 할 수가 없다

 

말그대로 우리가 집을 장만한 것 하나만으로

 

티브가 암만 작아도 냉장고가 암만 작아도 ..

 

집안에 가구가 적어서 집이 울릴 지경이어도

 

모든 것이 감개무량이고 황공할 지경이었다

 

남들이 다 자가용을 사고 ...

 

--심지어 늘 우리신랑이 입버릇처럼 내가 차를 살때에는 개도 소도 다 살거야 ..-

 

말을 할 지경이었으니 ~~

 

그래 어찌 어찌하여 세월이 지나 ...남들처럼 소위 자가용이란 것을 우리 스스로 구입하고

 

아이들도 안산에 있는 큰댁이나 용인에 있는 언니집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소위 난리

 

부르스를 추지않아 좋다고 했는데 ...

 

그것도 잠시 ..

 

지금은 그 고물 똥차가 자꾸 여기 저기 망가져서 길을 가다가 서고

 

견인을 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으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여

 

차가 없을 때가 좋았다는 되지 않는 상상을 불러들인다

 

더구나 아컴 에세이 방에서 구구린님이 작년에 차로 인한 고통의 글귀를 읽어내리니

 

동병상련의 그 마음을 어찌 모르리요

 

다른 사람 그 누구라도 지나가는 한편의 드라마같은 경험을 하고 사는 게다

 

하고 작은 위로를 한다

 

오늘 아침 지인의 편지에서 산은 산탓을 하고 물은 물탓을 한다고 적어주었듯이 ....

 

그리고 지금은 그 편리하게 날 도와주던 자가용 탓을 하면서 넋두리를 한다

 

사람은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못내 서운해 한다는데

 

평생을 시부모님에게 대접받지 못한 한이 산처럼 쌓이고 냉정하실 밖에 없는 형님과

 

그런 와중에

 

사이가 좋을 수 없던 시누이 들과

 

좋은 게 좋은 거고 신랑이 원하면 그것이 바로 내 행복인 줄 착각하던 나의 신혼은 사라지고

 

이제 나는 냉정히 그때 그렇게 할 필요까지 없었는데 하며 가슴을 밀어버리고는 하는

 

싸늘함을 인식한다 ..

 

그래 준 만큼은 돌려줄 줄 알았던 사랑이

 

처음에는 내심 고마워도 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를 더해서 나에게 끊임없는 요구와 사랑을 원하니

 

뭔지 모르게 서서히 재미를 잃어간다 ..

 

반쯤 문을 닫고 ..아무런 바램도 기대도 없이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는 이기주의가 고개를 들고 서 있다

 

내가 구입하고 내가 사랑을 쏟았던 나의 애마도 이렇듯 시간에 속절없이 상해 있는데 ..

 

남편과 결혼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생성된 새로운 가족관계에서는

 

겉으로 특별한 외침도 물결도 없이 평행선을 유유히 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족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

 

추석에 음식을 장만한 질부에게는 얼마간의 돈을 건네주고 형님에게는

 

따로 군주전부리 거리를 준비해드렸드니

 

좀 전에 전화를 하셔서

 

"뭘 나까지 챙기고 그랬어 ~~"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형님 말씀 중엔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그 옛날 한창 잘나가던 시댁에서도 시누이들이게는 별의 별 옷가지과 화장품을 사주어도

 

내게는 손가락 쳐맬 것 하나 사주시지 않았다는 넋두리는 가히 나의 기함을 토할 지경이다

 

보통 양말짝 하나 안 사주셨다 뭐 이런 표현을 쓰곤 하는데

 

손가락 쳐맬 것이라 ~~햐 ...

 

"개털도 내리쓸어야  보드랍지 ..치쓸으면 보기 싫어

 

사람도 잘한다고 자꾸 칭찬을 해야 신명이 나는 법이야 ~

 

사람이 어느구름에서 비가 올른지 모른다고 오늘 못살아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구."

 

구구절절이 옳으신 말씀이지 ..

 

차가 망가져서 새차를 사야하나 돈을 많이 들여고쳐야하나 하는 작은 걱정을 하던 나는

 

도데체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그걸 잊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지금처럼 평온하게 사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원하는 삶일른지 모른다

 

바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으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

 

오늘 이렇게 편히 하루를 보내는 것에 감사하면서 ~~~~

 

추석으로 심신이 고달픈 아컴의 모든 님들 행복한 주말 평온한 시간되시길 기원합니다 ~

 

우리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바로

 

그걸 감사해야 할른지 모른다고 믿으면서 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