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성남에 사시는 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를 모시고 친정으로 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친정에 가지 않기로 한 때문이다.
오늘 아침 전화를 걸었더니 반색을 하며 반기셨다. 뒤늦게 내일이라도 친정에 가기로 결정하여 가는 길에 들를까 여쭤보았더니 교회에 가신다며 오지 말란다.
교회에서 전도할 사람 이름을 적어내라고 했는데 적을 사람이 없어 나와 내 동생의 이름을 적으셨다 한다. 생각해 보니 교회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라도 열리라고 새벽 기도를 열심히 하고 계신다 한다.
할머니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새로 맞이한 아내이다. 아흔 둘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20년을 같이 사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큰 며느리인 우리 엄마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 할머니는 정신적으로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고 계신다.
엄마는 할머니 생신이 되면 동서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여 모두 모여서 외식을 하고 선물과 용돈을 조금씩 드린다. 할머니 또한 엄마의 생일이 되면 작은 선물을 마련한다. 엄마가 함께 살자고 하여도 할머니는 엄마의 짐이 되기 싫어서 몸을 가눌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살겠다고 하신다.
결혼 전에는 종종 찾아뵙고 단학선원에서 배운 간단한 체조도 가르쳐드렸는데 결혼하고 나니 일 년에 한두 번 찾아뵐까 말까다. 용돈은 드릴 엄두도 못 낸다.
그런 나를 위해 새벽 기도를 하신다니 가슴 뭉클하다. 나도 나를 위해 기도하는 분이 있다. 눈 비비며 일어나 새벽 공기 가르며 산에 올라 가장 깨끗한 정신으로 하늘을 향해 나의 이름을 가슴으로 매일 부르는 분이 계시다. 명절에도 찾아뵙지 않는 나를 위해서 말이다.
* 어머니는 건빵 아빠와 오일장에 가서 장을 잔뜩 봐오시고는 어제 파주에 있는 기도원에 가셨다. 집을 나서며 14일 저녁에나 오실 거라 말씀하셨다.
지금쯤 어머니는. 명절이면 더 끓어오르는 속을 기도로 달래고 계시리라. 그 기도는 자식들을 위한 것이니 그 속에 응당 나도 있을 것이다. 며느리인 내가 편해야 자기 자식도 편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니.
어머니는 꼭 기도를 위해서 기도원에 가신 것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동안이나 쉬는 아들 내외를 위해서, 특히 며느리를 위해서 자리를 피해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이미 기도가 아닌가.
제 할 도리 못하는 나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을 위해서 나도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나의 기도는 독서와 사유 그리고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