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아컴 방 문을 슬며시 열어 본다.
벌써부터 오고픈 마음 굴뚝 같았지만
맘 처럼 몸이 따라 주질 않으니 늘상 맘 한 구석이 찡 했었다.
난 내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머리가 희끗 희끗한 꺼므스름한 주름진 얼굴에서
막내딸 부둥켜 않고 서럽게 흐느끼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아마도 내 맘 한구석에서 죽어도 ?末賤痴?않으리라.
갑자기 가슴 한 복판이 무겁게 짓눌리는것 같다.
"엄마 대구예요.
오늘 쉬는 날인데 엄마도 보고 싶고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지금 내려 가는 길이예요.
한 5시 쯤 되면 도착 할꺼예요".
차창 넘어로 보이는 스산한 겨울이 더 을씨년스럽고
팔짱낀 두 팔에 힘을 줘 본다.
더 추운 것 같다.
가만히 보고만 있던 그이는
"피곤할텐데 집에 도착 할때까지 고만 자라.
쉬는날 푹 쉬지도 못하고 당신한테 미안타."
난 슬며시 눈을 감아 본다.
갑자기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밀려 온다.
아! 피곤해.정말 피곤해.........
안되겠다 싶어 눈을 번쩍뜨고 다시 폰을 켠다.
"형부 대구 처재 예요 .
오늘 우리 집에 가는 길인데 저녁에 형부 집에 놀러 갈께요.........그래요.놀러오소. 삽겹살 구워서 소주 한잔 사줄테니까...."
나름대로 맘에 안정을 찾아 본다.
이제는 날 위로 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한시간 남짓 달리다 보니 겨울 날은 벌써 어두워 진다.
차 세우는 소리에 늙으신 우리 엄마 다리를 절룩 거리며 대문을 비집는다.
덩달아 우리집 개들도 내 오는거 아는지
반가운척 컹컹 짓어댄다.
어두운 시골 동네 시끄럽게 멍멍멍.......
엄마는 배추 찌짐을 부치고 계신다.
내가 그거 잘 먹는다고.
내가 사가지고 간 쇠고기로 국을 끓이고 이런 저런 애기를 한다.
작년에 넘어져서 다친 다리는 아직까지도 쉬원찮아서
제대로 걷질 못하신다.
아마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엄마가 부치던 뒤집기를 내가 받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이 놈의 주책없는 눈물이 자꾸만 나오니 엄마 눈치 챌까봐
괜히 눈만 비빈다.
드디어 힘 없는 목소리로
"엄마 우야노.우리 제대로 돈도 못 갚고 엄마 아부지 늙어서 걱정만 시키고......."
"야야.?I찮다.돈은 벌어서 갚아 나가만 되쟎아.
우야든지간에 몸 아프지 말고
아이들 공부나 잘 시키라.알았제?"
난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자꾸만 눈물만 훔친다.
저쪽 큰 방에서 도라 도란 애기하는 소리기 들린다.
그이가 아부지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나 보다.
사위하고 장인 어른하고 아마도 사위가 장인 어른께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리라.
"장인어른 올 한해 더 기다려 주이소
죄송합니더.지금부터는 정말 열심히 살겁니다.'
안봐도 훤하다.
지금 저 방안의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한참후에 다 된 저녁 밥상을 들고 들어간다.
어부지는 우리 아이들 안 데리고 왔다고 여간 섭섭해 하는게 아니다.
선욱이가 자꾸 눈에 아른 아른 거린다고.
그리고 저녁에 올라 가야 한다하니 그냥 너거들 알아서 하라고만 하신다.
저녁 드시면서 술을 몇잔 드신다.
어쩌면 저리 힘 없는 아부지가 되셨을까?
우리 아부지 참 많이 늙으셨구나!.........
나도 모르게 또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돈다.
고개만 숙이고 열심히 밥 숫갈만 떠 넣는다.
아!넘 칼칼하다.
국물을 후루룩 마셔 버린다.
그이가 눈치를 채는지 슬며시 나갔다가 좀 있다 들어 온다.
들어오자 마자 내 눈치부터 살피는것 같다.
그냥 ?I찮다는 눈짓을 보낸다.
대충 저녁을 끝내고 아부지가 말씀하신다.
"너거들이 알아서 해라.
우야든지간에 몸 건강하고 아이들 공부나 잘 시키고........
.
.
.
.
.
" 인제 우리 갈랍니더.엄마
아부지 몸 아프시지 말고 술 적게 드이소.
아부지 아프면 안 됩니더."
우리는 현관문을 열고 어둠을 제촉한다.
그이는 차 시동을 걸고
"아부지 갈랍니더."나도 모르게 아부지를 부둥켜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아부지 품에 첨 안겼으리라.
이것이 아부지 냄세야.
담배 냄새 얼크리한 막걸리 냄새 쾌쾌한 노인네 냄새.......
그 속에 찐하게 묻어져 나오는 정 냄새 .......사랑냄새.....
난 서러운 눈물을 토해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울고 게시더라.
"아이고 우리 막내 잘 살아야 한데이 알았제?"
나는 우리 아바지의 눈물 을 첨 봤다.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 나이 40이 되가는 아줌마에 내 평생 아버지 우는 모습을 첨 보았다.
가슴이 쿵쾅 쿵쾅.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우리 아바지도 많이 늙으셨구나!
난 내아버지가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 사시는 형부네 집에 들렀다.
암 얘기도 못하고 가슴에 또 묻어두고 술만 홀짝 홀짝 마신다.
"처재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알았제?"
돌아오는 길에 맘이 걸린다.
우리 엄마 아부지 내 우는거 보고 아마 오늘 밤 한 숨도 못 주무실꺼야.
엄마 아부지.
저 열심히 살께요.
제 가슴에 피멍이 다 들었지만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 볼께요.
언제가 이 막내딸 가슴에 묻어둔 얘기
스스럼 없이 할수 있을때
그때까지 꼭 살아 계셔야 돼요.
그때되면 저도 사는데 어느정도 용기가 나지 않겠어요?
오늘 세상은 너무 뿌엿네요.
하지만 내 가슴속 안개는 차츰 걷어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