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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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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BY 도영 2003-09-07

남편은 나라의 녹을 먹는지 20 여년 ..즉 공직자다.
공무원 승진 시험은 같은 공무원 이라면 모두가 인정할만큼 승진 시험이 어려운 정도를떠나서
관운도 어느정도는 따라 주어야 승진 시험에 합격 하는 기쁨도 누릴수가 있다

이번에 남편은 승진 시험을 보고져 천안 이라는 낮선 도시에 한 대학을 가야만 했다.
기차표를 예매 하려니 추석 밑이라 좌석을 구할수도 없고 고속 버스를 타려면 천안까지
두번의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번거롬이 있는지라 내가 운전 기사 노릇을 자청 하고 남편이 가는 승진 시험 길을 동행 하기로 결정 하고 어제 토요일 두 내외는 낮선 도시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5시간을 달린 끝에 천안에 들어 서니 늦여름에 오후에 햇살에 살갖에 따가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내일 시험을 치를 대학을 사전 답사 하고 숙박촌을 찾아 모텔을 찾아 들어 가는데 주인 아줌마의 요상한 눈빛에 애써 나는 ""복달이 아빠요 ..복달이 아빠요`~~""큰아들의 이름을 쓸데없이 불러 제껴야만 했다
왜냐믄 오해받기 싫어서...

모텔에서 남편은 다시 책을 펴고 나는 침대위에서 누가 알려준 비방을 제작?하였다.
고추가루 한스푼.왕소금 한스푼..붉은 팥 ...48...개를 흰 비닐에 꼼꼼히 말아 남편의 바지호주머니에 넣어 놓고 비몽사몽인지 어설픈 잠을자고 나니 날이 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남편은 시험 시간인 10시에 마추기 위하여 한시간전에 우리는 시험장으로 향했다.
평소 남편은 낙천 적인 성품 인데다가 고민도 없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아침 먹기를 마다 하는거였다.
평소에 한끼라도 굶으면 아니다..굶은적이 없는 밥에 목숨 거는 남자인데..
아침밥을 마다 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어렵다는 승진 시험에 좁은 문을 포크레인으로 넓혀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오늘 단 75분을 위해 수년전부터 최근 일년여는 꼬박 독서실에서 살다 시피한 남편을 시험장에 내려주고
대학 언덕길을 내려 오는데 천명도 넘는 경쟁자들의 모습 들에서 남편의 승진 시험이 비로서 피부로 닿아 내게도 절실함으로 다가왔다.

남편을 위해 나는 무엇인가 해야할것 같기에 눈여겨본 이정표에 ""객원사""라는 사찰을 찾아
차를 바쁘게 몰았다.
객원사 입구는 무성한 수풀들이 눈에 들어 왔고 웅장한 객원사에 첫 관문을 통과 하고 대웅전 계단을 밟고 들어서고 나니 절차도 모르고 기본 상식도 없는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무신론 자인 나는 절에가서 어케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티비에서나 옆 신도들의 절 올리는 모습을 보며
내 생전 처음으로 부처님께 남편의 나이에 맟추어 48번의 절을 했다.

막연히 ..웬지...남편의 나이수대로 절을 해야 할것 같아 48번의 절을 올리는데 다리가 후둘거리고 보통 힘든게 아니였으니..삼천배니 백팔배니 그런건 진짜로 진짜로 고행 그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혹여 절 올린 회수를 까먹어 49번 절을 올리면 올해가 아닌 내년에 시험이 될까바 나는 정확하게 횟수를 세아려 가면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대웅전을 조심스레 나오니 땀이 콩죽같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왼쪽에 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 위에 커다란..좌불상이 나를 째려보고 계셧다
아마도 단한번도 부처님을 뵌적이 없는 내게 남편의 승진으로 인해 절을 찾은 나의 속셈을 빤히 들여 다뵈는 눈초리로 나를 아래로 째려보고 계신것 같았지만 나는 얼굴에 철판깔고 인사를 꾸벅 드렸다

신도들이 이름을 써놓은 양초들을 불을 붙여 꽂아 놓길래 절 입구에 양초 파는 데로 다시 내려 갔다.
네자루에 양초를 사서 나는 양초 한자루 한자루에 이름들을 볼펜끝으로 파기 시작 했다

""승진 합격 복달이 아빠..""

""건강..복달이..""

""대학합격 복달이 동생"""

마지막 남은 한자루에 양초에 내이름을 새기려다 술을 들이붓는 세월을 보내다 위장이 빵구난 골치댕이
아픈 시동생이름을 새겨 넣었다.

'"건강기원..복달이 삼촌.."'

네자루의 양초를 불을 붙여 꽂아 넣고 보니 마음속에서 경건함과 진지함과 그리고 진심으로 부처님께 합장을 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거였다.

죄불상을 돌면 남자분들 승진 운이 트인다는 때마추어 나오는 스님의 말씀에 귀가 번쩍 뜨여
나는 좌불상을 돌기 시작 했다
원을 따라 좌불상 둘레를 도는데 채송화가 좌불상 주변에 둥글게 피어 소담스런 모습이다
부처님과 나..그리고 채송화...
그리고 이름모를 새 소리 ...나무내음..선선한 바람 ...스님의 목탁소리와 예불소리..에 신도는 아니지만.
마음이 착 가라 앉으면서 눈물이 핑돌았다.

어색한 폼으로 합장을 하고 좌불상을 돌면서

""부처님요...전요 절이 첨이라요..절에 구경은 해보았지만 부처님께 부탁 하려고 온건 첨이라요..부처님도 사실 관심이 없었답니다..근데요 저희 남편 승진시험 통과좀 시켜주세요..저는 지은죄가 너무많아 용서따위는 바라지않습니다만..제 남편은 착한거 아시잖어요..착한 제남편 봐서라도 이번 시험좀 굽어 살펴 주소소...그럼 저 진짜로 열심히 부처님 공경 할께요..네..부처님요..""

완전 떼쟁이 나를 부처님은 은은한 미소로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던지..
어느새 나는 좌불상을 돌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남편에 시험 끝날 시간에 마추어
내 생애 경건한 마음으로 진실되게 부처님께 절을 올린 ""객원사""를 공송히 뒤로 하고 주차장에 차를 빼는데 조금전 언덕위에 좌불상이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길래 또한번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시험장으로 향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거니 핸드폰이 꺼져 있다.
아...시험못쳐서 열받아 꺼놓았나...오분후쯤 다시하니 이남자가 전화를 받네.
나는 전화기에 흘러 나오는 남편의 목소리부터 체크를 했다.
의외로 밝은 목소리다..하긴 워낙 천성이 낙천적이니..그럴수도 있지모..
연신 몇가닥 남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릴새라 손으로 쓰담으면서 차에 올라타는 남편에게..

""수고햇어...주사위는 이제 던져졌고 ...근데 내년엔 시험 보지말자..피 말린다 피말려..당신 건강 하고 ..나 건강하고 애들 탈없이 성장했음 그게 최고야..승진에 연연말어요..나 승진 바라지않어 ..건강이 최고야 .우리 그냥 이제부터 놀러 댕기자..응?""

남편은 도리질 하면서 끝까지 해봐야지 끝까지..미련을 못버린다..
아마도 남편이 공직에 있는날 까지는 시험이란 굴레에서 못벗어날것 같다
같은 방향인 남편의 동료 두분을 태우고 오면서 내가 제안을 햇다.

""저기요 두분..있잖어요 ..우리 내년 부터는 승진 시험볼때 부부동반 해서 와요..승진 시험도 즐기면서 보러 댕기자구요..부부끼리 같이와서 시험끝난뒤에 온양온천도 가고...아셧죠??""
나의 당돌한 제안에 세 남자는 호탕하게 웃어 제끼는 세 남자에게..

""지금부터 경부 고속도로여요..이제부터 시속 130이상 밟을 터이니..무인 카메라 찍히면 세분 붐빠이 해야 뎀니데이??벌금요 벌금...자 달립닙데이`~쌩~~""
또한번 우하하하`~~~~웃어 제끼던 세 남자는 그동안 시험공부에 지친 모습으로 이내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