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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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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9

시어머님


BY 27kaksi 2003-09-05

모든것은 지나고 나면 아름답게 생각나게 마련인지,

우리 시어머님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계시다.

어머님이 저 세상으로 가신후에 참 많은 날들을 그리워 했었다.

우리 부부는 늦동이 인데다가 양쪽으로 다 부모님이 안계셔서,

유일하게 의지가 되었던 어른이셨다. 우리 그인 지금도 환갑잔치나

고희모임엔 가는것을 꺼린다. 혼자 쓸쓸히 사시다, 칠순도 못넘기고

가신 어른이 안타깝고 그리워서다.

자그만 체구에 금테안경이 잘 어울리는 도시적인 인상의 여인이셨다.

밖으로 도는 남편때문에 오남매를 혼자몸으로 반듯하게 길르시느라

어머님 말로는 도둑질을 빼고는 안한일이 없다고 할 만큼 힘이드셨단다

자가 자식들은 하늘에 별이라고 하셨지,

처음 결혼 했을 때는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아이를

낳아서 기르니까 그말이 이해가 간다. 하늘에 별 아니 그보다 더좋은게

있다면 자기 자식을 그것에 비유 할까!

병원에서 근무를 하시던 어머니는 정년 퇴직을 하신 후로 절에 열심히

다니셨는데, 말년의 생활에 신앙은 많은 도움이 되었던듯 하다.

어머님의 성격에도 잘 맞으신듯 하고, 일본시대에 공부를 하셔서 일어에

능통하셨는데,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행에게 통역을 하셨는데 모두

일본사람인 줄 아셨다고 했다.

유난히 밑반찬을 잘 만드셨고,중곡동 집에서 혼자 꽃을 기르고 사셨는데

머리가 좋으시고 깔끔하신 어른 이셨다.

가수 조용필을 유난히 좋아하셔서 즐겨 듣곤 하셨다.

아직도 건재한 조용필이 TV에 나와 노래를 할때면 어머님 생각에 목이

메일 때가 있다. '친구여' 란 노래를 좋아하셨는데......

아들을 보아준다는 이유로 한 일년쯤 우리집에서 사셨는데 그때가 내가

효도를 하는 기회였지만 나는 어머니와 세아이와 남편의 시중에 너무

힘이 들었고, 잘 해드리지 못한것 같아 늘 마음이 아프다.

유일하게 내가 해드린것은 늦게 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어머님의 지나온

얘기를 들어드린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사연이 많았던지....... 소설을 써도 몇권이 넘을 만큼

구구절절한 사연을 늘 들어드렸다. 나중에는 날보고 얘기를 하라고 해도

될만큼 듣고 또 들었던 지내온 사연들......

어머님은 다시 여자로 태어나서,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보는게 꿈이라고 하셨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않았던 어머니는 오직 그게 희망 이셨던 어른.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그렇게 귀하게 여기던 자식들을 다 내려다보고

계실런지.....

지난 주일에 아빠랑 윤주랑 광주 공원묘원에 있는 할머니 산소에 갔었다.

풍수지리를 맞추어 하다보니 산높은 곳에 모신 어머님의 산소는

올라갈때는 힘이 좀 들지만 올라가서 앉아 있으면 앞이 탁 트이고 호수도

내려다 보여서 속이 후련하다.

'"어머니, 전 어머니 많이 보고 싶은데, 어머님은 저 보고싶지 않으세요?"

말이 없으신 어머니의 봉분을 보며 난 또 목이 메어왔다.

어머님도 그렇게 느끼실까?

명절이 가까워지면 어머님이 그립다. 친정엄마 없다고 내겐 각별하게

잘해 주셨는데....

- 어머니, 당신이 좋아하던 막내 아들 잘 받들고, 세아이 잘 기를께요.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지금 내곁에 어머님이 계시면 내 삶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