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몹시 두근거렸습니다.
오랫만에 들어간 모교의 홈에 나를 찾고 있는 첫사랑 남자의 짧은 글이 올라
있었습니다.
너무나 어린시절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주위의 반대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정말 잘 살아 주기를 바랐던
사람입니다.
"왜 ! 나를 찾는 것일까? 보고 싶어서? 아니면...."
온갖 상상과 궁금함과 지난 기억들이 몰려와서 생활이 혼란스러웠지만 쉽게 수화기를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몇번의 메일을 주고 받는 동안 내가 생각이나 행동에서 몹시나 오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생활 11년동안 그다지 그리워하거나 미련이 남지도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만큼 남편이 내게 중요하고 결혼생활이 나름대로 행복했으니까요?
그런데도 나는 마음이 온통 그곳에 몰려 아이의 수학경시 날짜도 잊어 버리고 친구들
하고의 영화약속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나 쉽게 그냥 일이 힘들때 네 생각이 나서 찾았노라고 했습니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일순간에 멈추었습니다.
'아니, 그럼 내가 다른 무엇을 바라거나 꿈꾸었단 말인가'
첫사랑은 만나지 않는 거라고 했던가 서로가 실망만 남을 거라고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내가 그에게 아주 큰 의미라고 착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남편과 와인을 한잔 하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첫사랑이 있었노라고, 그 사람이 나를 찾고 있는데 한번쯤 만나도 되겠는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남편은 아주 흔쾌이 승낙을 해 주었습니다.
몰래 만나지만 않는다면 혼자서 만나도 괜찮고 아니면 함께 술한잔 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2주동안의 마음속 혼란이 말끔이 걷혔습니다.
그리고 내게 진짜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 남자가 내게 얼마나 좋은
남편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첫사랑에게 고마워해야 겠습니다.
결혼 10년의 권태로움을 씻어 주어서
난 정말 행복한 아내임을 느낍니다.
이 느낌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