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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감자 논쟁


BY 카이신 2003-09-02

찐감자 논쟁...

색시는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맞벌이를 한답시고 신랑에게 따뜻한 아침밥 한 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것이 늘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공휴일 아침, 신부는 햇감자를 쪄 놓고 늦잠에 빠진 신랑을 깨웠다.
"오빠, 일어나 봐. 내가 맛있는 것 해놨다. 빨리 !"
"웬일이야...."
눈을 비비며 식탁에 나온 신랑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감자 소반을 보고 감탄한다.
"너 감자도 찔 줄 아는구나."
"왜 이래 사람 무시하지 마."
흐뭇하게 식탁에 앉아 감자를 집던 신랑이 갑자기 소금을 찾았다. 그러자 색시가 설탕을 가져왔다.
"설탕 말고 소금 달라니까."
"감자에 웬 소금 타령이야. 설탕 찍어 먹어."
그러면서 감정이 엇박자를 놓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도 몰라 하는 게 신랑의 눈빛이었고, 황당해진 색시는 토라졌다. '어떻게 감자에 설탕이냐.''그럼 소금이야?' '너희 집 음식 문화는 그러니?' '그러는 오빠네 문화는 뭔데.''너희 집 양반 맞아?'...서로의 감정을 끌질하던 그들은 마침내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막말까지 쏟아냈다. 심각한 문화차이. 성격차이를 들먹이며 마침내는 심각하게 이혼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다. 애 없을 때 불거진 게 차라리 잘됐다나 하면서.... 다음날 이들은 이혼을 논의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머리가 허연 변호사는 눈을 지긋이 감고 이들로부터 문제가 된 감자전쟁의 시종을 들었다. 그러던 노변호사가 갑자기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서더니 하는 말. "이보게 젊은이들. 찐감자는 고추장을 찍어 먹는 걸세." 우리 사회가 빚고 있는 문화충돌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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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관순님의 수필 "이 시대의 불행은 '상대가치'의 빈곤에 있다" 중에 삽입된 에피소드를 옮겨봅니다.
남편과 저 사이에도 종종 찐감자 논쟁이 벌어지곤 하지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간 적은 없답니다.^^
시어머니께서 변호사 역할을 하신다고 봐야지요.... 
남편과 저, 그리고 시어머님 사이에
가볍지만 종종 불쾌하게 느껴졌던 <찐감자> 논쟁, 이 글을 읽을수록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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