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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11 - 한국계 미국인 여자 복서 "킴 메서" 한국서 방어전


BY 닭호스 2000-11-18

국제여자복싱협회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인 입양아 출신 한국계 미국인 킴 메서(34.한국명 백기순)가 19일 미셸 셔트클리프라는 영국인을 상대로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서 타이틀 1차 방어전을 벌인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 마크 메서와 함께 입국, 타이틀 매치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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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가 오늘 내가 보는 일간지의 스포츠란에 자그맣게 났다.

내가 이 기사를 유심히 본 이유는 지난 8월이었던가 티부이 모 프로그램에서 내가 이미 그녀를 눈여겨 본 바 있기때문이다.

그녀는 그 때도 일본인 복서와의 대결을 앞두고 한국에 왔으며, 그 때 그녀는 생모를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많고 많은 입양아, 백이면 백 생모를 찾는 많은 입양아들 중에서 특히 그녀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그녀의 어머니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어머니란... 그녀의 養母(양모)를 말하는데, 그녀는 그녀의 딸이 복싱이라는 다소 힘겨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얘기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내가 눈물이 난 이유는 낳지도 않은 딸자식에게 쏟는 그 바다와 같은 모성애에 탄복해서가 아니라, 저리도 양엄마가 잘해주는데도 얼굴도 모르는 생모를 찾겠다고 나선 그 여자복서의 마음이 야속해서였다..


나는 이렇게 종종 매스컴에서 입양아들이 나와서 생모를 찾는 기사를 접할 때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필립이라는 아이인데.. 한국계 독일인이다. 그는 내가 대학교 4학년때 독일에서 한국으로 날라왔다..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그의 주목적은 한국어 배우기도.. 한국 문화 알기도 아닌, 생모찾기였다...

자신은 대구 시청앞에 버려졌으며, 버려질 당시, 자신의 정확한 나이나 그밖의 사항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으므로 신체검사를 통해서 추측하는 나이로 지금 살고 있다고 했다..

언제였던가..
나는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필립.. 너 왜 생모를 찾으려고 하지?"
그러자...그는...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 그에게 나는 짖꿋게도...

"야.. 근데 시청에다 애를 버리는 엄마가 널 다시 만나려고 할까? 니가 엄마를 다시 찾는게 그녀에게 도리어 나쁘게 작용할 거라는 생각은 안해봤어? 순탄한 가정에 갈등의 불씨를 던져넣는거라구... 그리고.. 시청에다 널 버려야했던 사람이 뭐..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인물이 되어서 너를 왕자님으로 모셔갈 거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버리는 게 좋을걸..."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대답없이 씨익 웃기만 했었다....

누구든 사춘기때는 자신을 키워준 현재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닐거라는 생각... 나는 어디 부잣집의 딸이나 아들인데... 잠시잠깐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여기에서 자라게되었지만 내가 자라서 돌아갈 곳은 따로 정해져있다는 바보같은 상상을 하는일이 많다...(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은 오지않고.. 늙어갈수록 자신의 모습이 부모를 닮게되면 그것은 헛된 망상으로 안타까운 막을 내린다...)나는 입양아들이 전부 그런 허황된 망상속에서 생모를 찾고 생부를 찾는 무모한 일에 도전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필립은 끝내 자신의 친어머니를 찾는 일에 실패하였고..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자신의 나라(?) 독일로 돌아갔다...

그가 가기전, 그는 나를 불러내 저녁을 대접하였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그에게 나는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필립, 넌..니 생모를 원망하지 않아? 난 자신이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 인생을 송두리째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자..그는

"아니.. 절대 그건 아냐... 나는 운좋게 입양되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끔씩 외로웠던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수백배, 아니 수천배의 시간동안 행복했었어.. 그녀가 나를 가진건 실수였지만 나를 지우지않고 낳아준데 대해선 감사하게 생각해. 고맙다는 말.. 나는 그간 불행하지 않고 행복했다는 말... 그러니까 이제 엄마는 마음의 짐을 벗고 행복하게 잘 사시라는 말,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 그게 내가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야.. 다른 건 없어.."
그랬다...

얼마전...
유럽의 어느나라에 입양되어 장성한 한 아들이.. 한국 교도소에 수감중인 친아버지를 찾아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는 기사를 접한적이 있다.. 아버지께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고 한다..나라면..
'나를 버리더니.. 그것 참 쌤통이다..기껏 교도소나 갈려고 날 버렸어?'
했을텐데, 참 착한 젊은이다...

이렇게.. 훌륭하게 장성해 속속 귀국해 혈육을 만날 기대에 부푼 입양아들의 소식을 접할때면, 항상 나는 나의 친구 필립을 떠올린다.. 내가 그를 오해했던 것이.. 그리고 많은 입양아들을 싸잡아 매도했던 것이.. 그리고 잘못된 임신은 유산을 시키는것이 더 큰 불행을 막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후회가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살다보면 웃을일도 생기는 것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불친절하기 그지없던 그 오만불손한 독일인들이 그립고... 그들의 문화가 그리운 날들이 있다.. 육아에 시달리고.. 가사에 시달리는 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 날에는 작은 배낭 하나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볍게 떠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의 친구 필립을 만나러 가고 싶다.. 그럼.. 그가 파싸우의 작은역에 그의 오래된 자전거를 몰고 마중을 나와 있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