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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BY 한숙83 2003-08-29

국립공원 북한산 자락에 이사온 덕분에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소리를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매미소리
이 얼마나 낭만적인 말이었던가.

무더운 여름 한 낮 우거진 숲을 걸으며 듣는 매미 소리는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청량제 역활을 하고도 남는다.

날이 맑은 날이면 집앞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외침을 노래소리로 들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날이 궂어 습기가 많을라 치면
창문너머 옅어진 햇살의 인사를 받기도 전에
장남감 매미의 등을 사정없이 꾸-ㄱ 눌렀을때 나는
금속성의 아우성이 시작된다.

매미는 보통 낮에만 운다고 하는데
요즘은 밤이 되어도 사방이 밝은 불빛이 있는 까닭인지 밤낮이 없다.

지나침이 탈이되는 순간이다.

매미 소리는 분명 매~앰~맴, 매~앰~맴이라 배웠는데
우리동네 매미는 매애애애애애애애애~ㅁ맴으로
끝간데 없이 울어댄다.

매미는 알에서 부화되어 유충으로 땅속에서 살다가
짧게는 6년, 길게는 17년 만에 성충이 되어 매미로 탄생한다고 한다.
그 오랜 기달림 끝에 살아가는 그들의 이생의 생은
길어야 몇 주간이라니.

암컷은 울지를 않고 수컷이 우는 것인데,
이는 그 짧은 생을 통해 종족번식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란다.

그토록 처절하게 울어대야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매미에게 있어 그 오랜세월 기다림이 결코 길지 않고
매미에게 있어 그 짧은 생이 결코 짧지 않은 것은
부여된 삶의 전부를
최선을 다해, 끝까지, 임무완수하는 그 열정에 있지 않을까.

어제는 귀뚜라미가 집안에 들어와 신발장 뒤에 숨었다.
바람결이 선선함을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앞서 계절을 알려주러 온듯,
열밤만 자면 추석이 오는 것을 알려나 주듯 귀뚜리는 외쳐댔다.

집앞 나무꼭대기 매미란 놈들과
신발장 뒤의 귀뚜라미란 놈의 아무도 못말리는 이중창이 시작되었다.

도심속에서 살면서
자연을 품고 살수 있음에 감사해 하며

이 여름이 가기전, 매미의 울음소리가 사리지기전
오랜세월 기다림이 또다시 시작되는 임무를 완수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