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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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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껍질


BY 종이칼 2003-08-29

그 이야길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 남편과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이것저것 장을보고

계산대 앞에섰는데, 슬그머니 남편이 없어졌다.

'어딜갔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이이가 바나나 한보따리를

들고 왔다.

 

"뭘 이렇게 많이?" 하니까

"당신 바나나 싫컷 먹으라구"한다.

그말에 더 보태서 "당신 바나나껍질만 먹었다면서....."

"..........."

이이가  지난번 친정에가서 내가한말을 마음에담아두고 있는게 분명하다.

 

1970년대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5학년때로 기억되는데...

여름방학때 서울근교에있는 이모님댁에 놀러갔었다.

구역상 서울이지 농사짓는 시골이었다.

 

여름에는 시골이 먹을것이 풍성하다

옥수수며 참외,수박 ,감자를 간식으로 먹고,

밥상도 푸성귀로 풍성해서 배불리먹고, 들로 산으로 또래들과

노는 재미도 좋았다.

 

나는 지금도 시골 저녁 풍경이라든가,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우는

여름 밤 냄새가 그립다.

 

그렇게 달콤한 여름방학을 보내던 어느날 밤에,

이모의 시동생이 월남에서 왔다.

 

그때는, 월남 파병을 하던 시절이어서

월남갔다오는 군인들을 심심찮케 보곤했다.

그런데......

 

그 이모네 삼촌은 깜깜한 밤에왔는데,

금새 웅성웅성 온가족들이 모이고,

그 삼촌은 영웅처럼 보였다.

 

이모네 할머니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시고, 나어린 조카들은, 삼촌이 가지고온

배낭에 눈을 뗄줄 몰랐다.

 

드디어, 그배낭에서 하나씩 하나씩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삼촌은 열심히 물건에 대해서 설명을하고, 우리들은 그럴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탄성을 질러댔다.

 

"자~ 이건 바나나야 바나나"

"늬들 바나나 먹어봤어?"

"아~뇨"

"난 책에서 봤는데"  하고 내가 아는척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얼마나 걸려서 왔는지모르지만,

그귀한 바나나가 상하지 않게 하려고 정성을 들인게 분명했다.

 

두었다 먹자는 할머니 말씀에 삼촌은 나중에 먹으면

상할수도 있으니 지금 먹자고 하는거였다.

아이들은 헤벌죽 해졌고, 바나나는 상금처럼

애들에게 하나씩 쥐어졌다.

 

나는 착하게 내차례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모네 할머니가(이모의 시어머니) 말씀하셨다. "아구야~ 이껍질에 살이 다붙어있네"

 

이모와 할머니는,

알멩이는 애들에게주고 껍질에 붙어있는 살을 이로 긁어드셨다.

 

그향기가 참으로 좋았다.

미쳐 내게 눈길을 주지못한 이모가

"아, 얘 인숙이도 줘야지 늬들만 먹냐?" 하면서 챙기는데,

할머니가 냉큼 내게 바나나껍질을 주셨다.

 

"얘, 이게 더 살이 많이 붙어 있단다." "원, 껍질에 살 다붙어있구 뭐먹을게 있누!"

"................" 나는 받아쥐었다.  그나마 들고 입으로 가져가니

그향기가 참말좋았다.

 

몇번 이로 긁어 먹다가, 왠지 기분이  서운했다.

이모가 미안해 했는지 어쩐지 나는 잘 모르겠다.

기억도 못하실 그때 그일을 어쩌자고 나는,

잊어버리지도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아니, 나도 잊고있었다. 정말 어린마음에 섭섭했다면

지금 이렇게 흔하디 흔한 바나나 가지고, 먹을 때마다

생각했었을것이다.

 

엄마네집에 갔을때, 그얘기를 왜했을까?

순간, 얘기를 들은 엄마의 표정을 보고,

난 후회했다. 왜했냐말이다 그케케묵은 얘기를....

 

울 남편, 그얘기를 왜 맘에 담아둬가지고

사람 맘을 아프게하는지, 그옛날 어려웠던 시절얘기를....

 

그러나, 난 바나나 잘 먹는다.

목이메어도, 잘 먹는다.

 

남편이 들고온 바나나, 그옛날 그향기 짙은 그것이 아니라도

난 잘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