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산과 들,
맑은 물,
파아란 가을하늘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
그이를 보내긴 했지만
그이가 떠나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고,
그이가 남기고 간 흔적이 너무 진해
그 흔적이 조금씩 씻겨내는 일에
한번씩 출렁일 때마다
그 파장이 너무 깊어 헤메이어야 했고,
한가지만이라도
그이 이름으로 남기고 싶어
남긴 것이 전화번호.
그 전화 번호를 보고 걸려 온 텔레마케터가
그이의 주민번호를 물었을 때
언제부터인가 쓰지를 않아
줄줄이 나오던 번호가 더듬거려져
얼마나 울었는 줄 모른다.
그이가 다녔던 은행 지점간판은
왜 그리도 많던지,
그이랑 했던말,
다녔던 곳,
모든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다 그이랑 관련이 안된 단어가 없는 것 같았다.
일이 잘 안돼면
아마! 그 이는 나중일까지 다 알 수 있기에
우리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막는 것이라고 믿었고,
일이 잘 되면
그이가 도와서 이렇게 된거라고 믿었다.
조안 리씨는
남편을 위해서 장학제도를 만들었다는데....
가진 것이 적은 나는
그이를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하나?
매일 산에 갈때마다
나중에 늙어서 당신 데리고 갈려고
미리 답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
지금도 훨 훨 이산에서 저 산으로
등산 다니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차라리 그때마다
산을 따라 다닐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