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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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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밤이었습니다...


BY 강물처럼 2002-07-09

넓찍한 바위틈 사이로 차갑고 맑은 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계곡 양쪽으론 울창한 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우린 흐르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우리?
흐흐흐..
그게 누굴까?
여기서 그 사람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그 사람이 남자라는 것과 우린 오랜 밤을 함께
보낸 사이란 것 밖에는..

우쨌든동 우린 그렇게 자리를 펴고 함께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 나며 말했다.

"봐라~~ 저거 산딸기 맞제?"
"엉?? 어디 어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가지끝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어머 어머!!! 저거이 그 유명한 복분자라는거 아이가?
왜 있잖어. 옛날에 자식 없이 살던 할배가 산에가서
이걸 먹고 그날밤 요강단지가 엎어지도록 오줌을 누고
늙으막에 아들을 얻었다는 그거 말이여!!!"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걸음에 산딸기가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손가방과 선글라스와 양산을 패대기치고...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곳엔 사방천지에 산딸기가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나는 몇끼를 굶은 사람처럼 달려들어 산딸기를 따 먹기
시작했다.
농 익은 것은 촉촉히 물기를 머금고 색깔도 선명한게
보기에도 아주 먹음직했는데 역시 맛도 일품이었다.

가시에 여기저기 손이 찔려가며 정신없이 한참을
그렇게 따 먹다 보니 점점 배가 불러왔다.
그 사람은 처음엔 맛있다며 몇알 먹더니 싫증이
났던지 한웅큼씩 손에 모아서 자꾸 내게 먹으란다.

"아니야.. 자기 먹어~~~ 난 배부르단 말이야."
입으론 안 먹는다고 하면서도 못 이기는척 받아 먹고,
또 먹고,
풀숲을 헤치며 이리저리 딸기를 ?아 헤메다 보니
다리는 긁혀서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고 작고 앙증맞은
딸기 따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디어..
밤이 되고...
하늘엔 별들이 총총히 빛나기 시작했다.
도심에선 맑은 날이라 해도 하나, 둘 셀수 있을 정도의
창백한 별들이 매연속에서 겨우 숨을 쉬곤 했었는데.

나무숲이 우거진 산속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엿다.
열,스물, 서른, 마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그렇게 쏟아질듯이
내리고 있었다.

요강단지가 엎어진다는 복분자를 질리도록 먹은
나..
쏟아져 내리는 별앞에서 정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너무 황홀해서.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둘,,,
우린 이렇게 별만 헤아리다 잠이 들었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