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 부부로 살고있는 우리 집에
토요일 이른 저녁, 불시에 남편이 들이닥쳤다.
"당신, 보고싶어서가 아니고.. 우리 토끼들 보고 싶어서"
미운 짓만 골라 하는 남편 등 뒤에 주먹을 몇 번 휘둘렀지만
나는 어느새 일상의 아낙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가장이 좋아할 반찬거리를 분주하게 마련해 본다.
아이들과 함께 떠들썩한 저녁 만찬을 끝내고
그 다음, 작년에 담은 매실주에 간단한 안주로 술상을 차리고
우리는 한가롭게 마주 앉는다.
그동안 있었던 사무실 이야기, 친구들 근황에서부터 문화생활 체험기까지..
내 눈 밖에 있었던 남편의 일상이 그림처럼 펼쳐지면서,
나는 시공을 초월한 우리 부부의 끈끈한 인연의 끈을 새롭게 확인한다.
새벽에
서울서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선잠을 겨우 털고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을 배웅하고
밤새 어질러논 식탁을 치운다.
술잔과 찻잔은 깨끗이 닦아 제 자리에 엎어두고
그 옆에 흩어진 담배곽과 일회용 라이터도 책장 선반위에 ?기 쉽게 놓아둔다.
처음에 그가 내게 다가왔을 때도 이 담배와 함께 왔었지...
무심한 듯, 꿈을 꾸는 듯, 담배연기를 깊숙이 마셨다 뿜어내는 그의 옆모습이 너무도 보기좋아 나는 단번에 그를 내 가슴에 담아버렸다.
담배 물고 ?아온 백마 탄 왕자(?)
살다보면 이런 싱거운 시작도 있을 수 있었다!
이 새벽에 나는...
꿈처럼, 바람처럼 다녀간 남편의 흔적을 치우며
젊은 날의 그 단아하고 싱그러웠던 그의 모습을 어제모양 되새긴다.
지금은,
예전의 섬광처럼 빛나던 그 맑은 눈빛도 흐릿해지고
향기로운 검은 머리결도 다 벗겨져 볼품없이 되버렸지만...
설레임마저 없어졌을라구?
그 때!
젊음을 주채못할 그 시절에는
나이 마흔이 넘은 사람은 마른 고목등걸인 줄 알았다.
그 사람들에겐 오직, 생활만 있는 줄 알았다.
돈 많이 벌어 자식 번듯하게 키우고, 눈 벌겋게 출세하려 발버둥치는...
그 가슴에
사랑과 슬픔은 없는 줄 알았다.
꿈도, 낭만도,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는 줄 알았다.
내 나이, 마흔이 넘기 전까지는...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