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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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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니 여름가고....


BY 남풍 2003-08-23

잠시 바빴다고 생각했는데, 여름은 이미 끝나가고,

구멍난 방충망 사이로 방울벌레의 찌르릉 소리가 들린다.

 

저건 방울 벌레 소리.

여섯살 짜리 아들이 엊저녁 밤바다에서 그랬다.

"엄마, 저 소리 들으니까 크리스마스 생각나."

 

아들아이의 말은 사실이다.

방울벌레 소리는 귀뚜라미 소리와 비슷하지만 잘 들어보면,

 동글동글 모아져 울려 겨울날 캐롤 장식에 매달린 은방울이 떠오른다.

 

"그래.."

여름내 더위 속에 방치해놓았던 아이의 발에 젖은 모래가 묻어 있었다.

엄마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자라는 아이의 발가락 사이에 낀 모래는

자꾸 씻어내도 쉬이 씼겨지지 않았다.

아니  껄끄러운 건 모래 알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내 생활인지도 모른다.

 

내 삶에 계획도 없이 문을 연 횟집은 나와 아이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버렸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부터,  할머니방 모기장에서 뒹굴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녘까지,

덥다 느낄겨를도 없이 아이 한번 안아줄 시간도 없이

한 계절이 오고갔다.

경험없이 시작한 일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했고, 아이들에게 밤 해수욕이라도

시켜주기까지는 두달이 걸렸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밤바다.

갈치배, 한치잡이배 불빛을 등지고 형제섬 그림자가 모래밭까지 밀려온다.

 

파도는 늘 뭍을 향해 밀려 드는 것 같지만, 자꾸와 철썩여도 썰물 때가 되면 밀려 나가는 법이다.

어두운 해안선에 즐거이 흔들리는 아이들의 실루엣을 보며,

나는 과연 밀려들 때와 밀려 나갈 때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건지 의심스럽다.

 

 어떤 형태의 생활이라해도  즐겁고 행복할 권리를  희생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말이야.. 아이들과 함께 해주어야 하는 시간과 돈벌 수 있는 시간,

그게 하필이면 같은 시간인것 같애..." 친구가 그랬다.

 

정말, 하필이면..... 

그게 문제인것 같다.

 

방울벌레 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