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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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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우리 지금 여울목에 있나봐요,당신.


BY 글사랑 2003-08-21

당신에게.

오랜만이지요.
쫓기듯 살아온 시간들을 잠시만 잊고 참으로 오랜만에  모니터 앞에서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올 여름,비가 참 어지간하게도 내렸어요.
간간히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보며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어찌 창 밖의 나무뿐일까란 생각에 젖었어 요. 그리고 그 바람결에 당신 소식을 들었구요.



지금은 당신도 저처럼 차를 한잔 타서 마셨으면 좋겠어요.얼마쯤은 편히 말하고 싶으니까 말이죠.
우리 모두는 세월 뒤편에 누구나 쓸쓸함과 아픔과 그리움,그리고 회한들을 묻으며 살고 있겠죠.누구의 아픔이 더크고 누구의 그리움이 더 애가 타는 지를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을 듯 하구요.왜? 적당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모두 그러하리라 짐작되니까요.

청춘의 어느 한때를 고스란히 보내고 지금의 시간들을 맞이했어요. 당신과 내가.
문득 삶의 무게가 힘들고 또 얼마쯤은 ,아니 많이 고독할 때도 있지요.
그러나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끝내야 우리의 삶이 가벼워질까요?
삶의 무게란 질량과 달라 역사와 사회와 타인의 삶이 우리에게 미치는 그 중력으로 다가서는 것일진데 말이죠.
삶의 목표도 아연해지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한 신뢰도 조금씩 여려지고 있는 이때.
그러나 당신,세상 그 어느곳에도 온전한 기쁨과 온전한 고통과 온전한 외로움과 끝나지않을 그리움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낮의 도덕을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나눈 밤의 현란한 정사 뒤에도 사람들은 등돌려 각자의 잠에 빠지 지요.그렇다고 우리가 진정 사랑하지 않은건가요?
모든것엔 그런 본질적인 쓸쓸함이 있다는 것을,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삶은 더 황량하다는

생각에 온종일 진저리쳐야 했어요.

삶이 고단하다고,문득 아주아주 서럽다던 당신이었어요.
우리 모두,어쩜
지금 인생의 여울목을 돌고 있는것 같아요.
그러나 그 세찬 여울목에서 당신이 조금은 덜 휘청거렸으면 하고 바래요.

당신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 동안 절반쯤 마신 커피가 다 식었군요.

지금 주방에서는 빨래를 삶는 냄새가 상쾌하게 나구요.웃기죠?

이 늦은 밤에 빨래 삶는 냄새에 취해 있는 제가?

우리 삶에도 인위적인소독이 필요한가봐요.

다음에 또 소식 보내지요.
그럼 내내 건강하길...언젠가 한번 그렇게 꼭 뵈었으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