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기의 꿈 오늘 어버이 날이라고 해서 두 아이들이 카네이션 두 송이 갖고 건너왔어요. 이틀 전, 부담 갖지 말고 카네이션 두 송이면 족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정말 충실히 이행.. 이런 건 조금 엇나가도 괜찮은 건데..ㅎㅎㅎ 아직은 여유가 없다는 건 제가 잘 알지요. 入社한지 두 달도 안되었고 두 번째 월급날이 모래여서.. 물론 제가 약간의 돈을 주어서 연출의 트릭을 시도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無女獨男이 현실감각이 좀은 없는 것 같아서 생활인으로써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 훈련시킬 필요가 있어서 독하게 마음 잡기로 했답니다. 새 아가에게 손님접대법을 가르칠 겸 겸사겸사로 음식은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서 차렸고 돼지 갈비구이는 태우지 않게 구워 보라고 가위와 집게를 건네 주었지요. 처음엔 태웠지만 요령을 가르쳐 주니 제법 하는 게 이뻐 보였습니다. 대학 다닐 때 갑자기 친정이 어려워져서 이산가족으로 자취생활만 해와서인지 살아가면서 가족과 일가친척들끼리 부딪히며 익혀야 하는 기본매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참 걱정스러웠는데 진지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얼굴은 반반해서 어딜가도 빠지지 않는 외모여서 그것도 저로선 감사해야 할일이고.. 시부모가 받아 주고 베플어 주어서인지 얼굴이 환한 보름달처럼 변했습니다. 오렌지 쥬스로 두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건배를 하고 맛나게 식사를 끝내고 새 아가가 어떻게 나오나 싶어서 짐짓 모른 체 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우스우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 빈 그릇을 싱크대로 나르는데 새 아가가 전골냄비 같은 큰 그릇을 들려니까 아들이 조그마한 접시들을 밀며 이거 가지고 가라면서 자기가 큰 그릇을 나르더군요. 즈이아빠는(남편) 부엌일이라면 손가락 까닭 안 하는 위인인데.. 그래서 제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아 왔는데 어떻게 저렇게 이쁜 행동을.. 저게 내 아들이 맞는감.. 빈 그릇들을 다 날랐길래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임신한 며느리 일 시켜 먹는 모진 성격이 못될 뿐더러 그 아름다운 장면만 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남은 반찬과 참외와 오렌지등 한보따리 싸서 들려 주었습니다. -2003.5.8- --------------- '졸지에 시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어줍잖은 제 글에 많은 리플을 달아주신 님들께 이제서야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손자가 태어나기 전에 고해성사를 하고 싶어서 올린 글입니다. 고해성사(告解聖事).. 신부님께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죄의 사함을 받는 천주교 고유의 의식입니다. 8월 18일에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이날은 제 생일이기도 한데 희안하게도 손자와 할머니가 같은 날.. (저희집은 기억하기 좋으라고 모두 양력으로...) 예정일을 훨씬 넘기는 바람에 병원에서 수술날짜를 잡아준것이 제 생일날... '졸지에 시어머니가 되었습니다'는 며늘아이의 프라이버시도 있고해서 삭제 했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음악은 국악사이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