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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행복이란...


BY 이 청리 모임 펌 2003-08-20

참 행복이란...

 

 

시골길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습니다...
생각만해도 지끈지끈 골치아픈 자동차 경적소리도
아직 여기 전라도 군산에선
그다지 큰 소음이라 여겨지지 않고
죽~ 늘어서있는 신호를 기다리는 대형, 소형 승용차들도
차례차례 순서를 지켜가며 신호등을 지키지요

간혹 불법유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하지만
몇몇의 미꾸라지는 어디에도 있는법이라 여기자면
여기 전라도하고도 군산이란곳은
비교적 한가한 출근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소도시 이자, 느린 발전이 이루어지는 곳인지라
서서히 도시의 모습이 변모를 하여왔지만
어릴때나 지금이나 자주가는 빵집과
빵집골목의 떡볶기집 순대집은
아직도 간판한번 바뀌지않고 그자리에 있습니다..

군산은 항구의 도시입니다...
아주옛날엔 한국을 대표하는 제일의 항구도시였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항구의 도시란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초라해진 뱃터와 그 뱃터를 이루는 생선을파는 상인들만이
선착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군산을 대표하는 월명산 부근아래엔
아직까지 일본식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일본식 집들의 모양은 우리들 눈에 그리 낮설지 않지만
가끔씩 영화찍는분들의 촬영지로 선정이 되곤하는걸로 미루어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발전도 없고,변화도 없는 곳인것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군산은 밤이면 별들을 내보이고
비게인 후에는 무지개를 걸쳐주는
아직은 하늘의 축복이 임하는 조용한 항구의 도시입니다
그러기에 아침의 이슬이 사그라들지않은 풀밭을 밟고
출근을 하는 내 이른아침도 그다지 힘겨운일은 아니지요...

콘크리트 벽사이를 지나 아스팔트로 입혀진 도로를
한참이나 달리다보면
간혹 생선썩는 역한 비릿내가 목구멍을 울렁이게하지만
이것또한 이골이 난터라 미간을 약간 찌뿌리곤 또다시
핸들에 힘을주고 패달을 밟습니다...

이십여분정도를 달려오면 사무실근처까지 도달하게됩니다...
사무실에 가려면 좌회전을하여
좁은 일방통행을 지나쳐 가는방법도 있고
대형 할인마트로 들어가는
넓은 길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신호등앞에서 나는 갈등을 합니다..
좌회전을 할것인가...
직진을 할것인가...
순간의 고민도 신호등의 바뀜으로 해결이되고
좌회전을 선택한 나는 깜빡이 등을 넣고 패달을 다시 밟습니다..

좌회전으로 가는길은 자동차하나가 간신히 빠져나갈수있는
일방통행 도로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지금은 볼수 없을만한 판자집 대여섯채가 늘어서있고
아직도 장작이 쌓여있는걸로 보아
구들장에 불지피고 사는 모양입니다

그곳 판자집 사람들은 언제나 자동차의 위험을 감수하여야하고
그 옛날 일본으로 식량을 나르기위하여 건설되었다는
기찻길까지 옆으로 죽! 늘어서 있으므로
늘 위험의 도가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판자집앞을 지나기위해
잠깐 정차를하고 주위를 뚤레뚤레 쳐다봅니다.
내차보다 앞서 달리는 차하나가 브레이크를 넣는바람에
저역시 기다리고 앞을 쳐다봅니다..

일방통행인데 대형트럭한대가 들어옵니다...
물론 일방통행임을 모르고 진입하였겠지만,
좁은 그길에서 뒤에따라오는 차들로 인해
후진도 할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앞서던 차는 계속 직진을 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죽~ 늘어선 우리는 어찌할바를 몰라하며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경적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다가 판자집안에서 한 노인이 나오십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기름끼가 좔좔 흐르는게
어쩜 그리 판자집과 잘 어울리는지...
아침부터 해장술을 하시었는지, 코는 빨갛게 주독이 올라와 있고
비틀거리는 몸뚱이로 대형트럭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시는게
불안하고 위태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헝클러진 머리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끄시고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그 좁던 틈새를
조금씩 조금씩 넓혀 주시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몸짓은 어찌나 자연스럽던지
한두번 하신 솜씨가 아닌듯 싶더군요...

우리들에게 자신들의 마당삼아 거닐던 도로를 빼앗기고도
그 좁은 길목을 손수 손저어가시며 교통정리해주시고
술기운인지 아님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었다는
행복감인지모를 무엇인가가
할아버지의 좁고 초라한 어깨를 들썩 거리는듯 싶습니다..

엷은 미소가 제 입가에 머물고
오랜동안 판자집 할아버지는
내 안의 따뜻한 인간애로 남아계실것 같습니다..

받은것 없이 주시는 타인을 위한 작은배려가
오늘도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 청리 모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