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을 그리 살면서 얼마나 많은 약속을 우리는 나누던가요?
나와 나의 知人들에게,혹은 소매깃을 스쳐지나가는 그 잠시의 타인들에게.
언제였던가를 기억하지 못하던 약속이 있을테고
더러는 꽤 오랜 시간을 마음을 묶어놓긴 하지만 고달픈 생의 여러 순간들로 그렇게 또 잊혀져 갔던 약속 들,,,헤아릴 수 없었지요.
오늘 아침,동이 터올 무렵 친구와 함께 산에 올랐지요.
기분좋은 山行이었어요.조금은 가파르게 오르던 길에 옆으로 가로 누운 소나무들은 소나무같지 않은 앙증맞은 모습으로 서있었지요.
얼마쯤 숨이 찰 때 내리막길이 나왔지요.문득 인생도 이와 같다면? 하고 바랬어요.견딜만큼의 불행 뒤엔 약속처럼 얼마쯤의 행복도 기다리고 있는거 말이에요.그래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그다음의 삶을 살아 갈 힘을 얻을 만큼만의 편안함말이에요.그런데,,,더러 삶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우리의 바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지요.
친구와 함께 둘이 누워 파란 하늘을 그대로 눈에 담아 둘만큼의 편안한 바위에 누웠어요.그 청명함이 마 음에 조각처럼 새겨지면서 우리는 삶에 대한,아니 앞날에 대한 약속들을 나누었지요.
그건 각자의 약속이지만,그 약속의 지킴을 서로 지켜보아야 하기에 또 둘의 약속이기도 했지요.
그래요,그 약속으로 인해,그 꿈으로 인해 가는 세월이 결코 두렵지 않고 그 약속의 성실한 지킴을 위한 내 노력은 어쩜 서둘러 세월을 앞당기고 싶어할 것 같아요.
설레임? 마음으로 번져가는 흥분?
이 도시의 삶에서 은퇴하는 어느 날,작은 읍내를 찾아 도서관을 만들자 했어요.
지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크기는 작을 수도 클수도 있겠지만,도서관을 만들어 곰팡이 냄새가 나는 책이든 미처 잉크가 마르지도 않은 책을 늦도록 정리하면서 마당 한켠에는 텃밭을 가꾸려해요.
그래서 내 삶에 그렇게 아름답게 묻혀 지내는 어느 날,내 사랑하는 친구와 知人들이 불쑥 찾아온다면 마 당의 채소들을 뽑아 낮은 상 위에 보글보글 된장을 끓여 반가움을 덧보태 그렇게 내놓으렵니다.그들이 먼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이라면 늦도록 객창감을 물어 볼테고 그들이 가까운 어느 도시에서 왔다면 도 시의 삶을 조금이라도 덜어가도록 해주어야지요.
그 바위에 앉아 그런 다짐을 했어요.내 나이 55세에 떠나겠다는 시베리아 여행과 함께 그 다짐은 그저 살아 지는 것에 불과할 이 마흔의 삶들을 그렇게 아름답게,설레임으로 더 의욕일 수 잇게 하는군요.
산을 다 돌아 내려오는 길에 친구와 그 기분을 더보태 히아신스와 자스민과 쥬리앙이란 이름의 꽃을 샀 지요.서로 잘 키워보자는 다짐을 또 하면서 말이죠.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에 서로 키를 달리해서 나란히 놓은 그 향나는 꽃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군요
'삶도 이와같이 香으로 남기를...'
눈길이 자꾸 그 키작은 꽃들로 가는군요.내가 키를 낮추어 향을 맡고 저를 들여다봐야 더 잘 보일 그 꽃들 에게 저 또 약속했어요.
'그래,나 너를 사랑해.어쩜 내가 들인 노력만큼 나,너를 더 사랑하게 될거야.
그리고 너를 보면서 너를 사랑하는 동안,아니 너와의 사랑이 설령 끝난다해도
오늘 아침 너를 내 집에 들여 놓은 그 마음으로 나,내 삶의 약속들을 그렇게
지키도록 노력할거야.계절이 다해 네 모습은 설령 사라지더라도 네 향으로 내
곁에 남아 머문다면 나,좀더 기운나서 그 약속을 지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