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가 대형냉장고에 김치냉장고를 더해서
반찬냉장고가 싱크대 선반에 달린 집들도 더러 있다.
내가 결혼 할 무렵에는 냉장고 용량이 대개 180에서 200리터가
대부분이었는데,전자대리점에서 본 냉장고의 키가 어찌나 낮은지
내 눈높이보다 더 낮아서 막 출하되기 시작한 대형(?)냉장고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230리터짜리 대형냉장고가..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것은 내 키가 좀 큰 탓 일 뿐
진정 내 소비 눈높이가 높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230리터짜리 냉장고를 들여다 놓고는
속에 넣어둘 내용물이 없어서 윗칸 냉동실을 냉장실로 겸용해서 쓸 수 있기에
아랫칸 냉장실을 끄고 윗칸만 사용했던 시절이 어느새 20년 전이다.
셋방살이네의 전자제품 사용갯수는 곧 전기요금 계산에 직결되었다.
냉장고,세탁기가 있고 없음에 따라서 차등대우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다행이 쥔댁을 잘 만나서 나는 그런 애로는 없었지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추석이 지나면 냉장고 대청소를 하였다.
볕좋은 날 잡아서 속에 칸칸이를 다 빼내어 세재풀어 씻어서는
잘 말렸다가 다시 조립하다시피 끼워넣고는 겨울내내 냉장고는 장식품이 되었었다.
결국은 냉장고는 여름 한 철 사용하였고 나머지 계절에는 아예 코드를 뽑아놓았었더랬다.
냉장고가 있어야 될 자리인 부엌은 연탄냄새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둘만한 공간이 없어서 방 한 쪽에 모셔둔 장농옆에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어느해 가을이 깊은 날.
우연찮게 햄이 선물로 들어오게 되었다.
별로 좋아라 하는 음식도 아니었지만 들어온 만큼 소비 할 식구도 없어서
옆집,뒷집 나누어 주고도 남았으니 이를 어디에 보관을 한담.
다락이 하나 있었는데 불이 들어가지 않으니 당연히 썰렁하다.
거기가 우리집에서 가장 차가운 곳이라 판단한 나는 햄을
다락에 두고 몇일을 지냈다.
이렇게저렇게 먹고도 남은 햄이 이제 지겹기도 하였는데
남은 햄을 더 두고 먹을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나머지를 버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순진하여서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를 사용하면 될텐데,,주인댁 눈치보느라고 한 번 끈 냉장고를 틀지도 못하고
그 아까운 음식을 보관상태 불량하여 버리다니..
한 번 사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사용하는 내 알뜰함(^^)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는 지금 사용하는 것이 두번째이다.
먼저보다 좀 더 큰 용량의 냉장고를 샀었고,거기다가 나도 김치냉장고 하나 더 곁들였다.
어떤 날은 이것도 모자라서 헤맬때가 있다.
속에 뭐가 들었는지 찾지 못해 유통기한 넘겨서 버린 적도 있다.
크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닐텐데 우리는 너,나 없이 자꾸만 크고 넓은 것을 좇는다.
냉장고를 발칵 뒤집었다.
구석에 들어 있는 것을 앞으로 당겨놓고,검정봉지에 들어 있는 것은 투명봉지에 옮기고
세울 것은 세우고 눕힐 것은 눕혀서 정리하였다.
깔끔하게 정리된 냉장고 속을 자꾸 열어보는 나에게
냉장고 자꾸 열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혼내더니 엄마는 왜 자꾸 여냐고 딸이 그런다.
살랑부는 이른 가을냄새가 냉장고 코드 뽑던 날이 생각나게 한다.
지금은 냉장고가 사철용이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