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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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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BY 후리랜서 2000-10-29

나는 지금 안방이 아니고 작은 방에 누워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아빠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서운하고 죽고 싶을만큼 슬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작은
(내 몸무게가 3.6kg이니 내 뇌의 무게는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보라)머리로는 명쾌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화를 냈던걸 생각하면 이
작은 머리로라도 열심히 짜내야 하는 절박함을 느낀다.

며칠전,엄마가 잠자리에 들면서 나를 보듬으려 했을때
엄마 손가락을 살짝 깨문적이 있었다.
졸려서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다른 날 같으면 "이녀석이...?"하며 살짝 볼기짝을
두드리며 별일 아니라는듯 금방 나를 껴안아 줬을텐데
다른 날과는 달리 있는 힘껏 나를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날까지 같이 살면서 엄마 얼굴이 그토록 험악하게
일그러지는것을 본 적이 없다.
엄마가 화내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것조차 너무 무서웠다.
나는 온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순간 화내는 엄마 얼굴을 차라리 보지말고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 내 몸을 나도 어쩌지 못하는데
"너 같은 놈은 이 방에 있을 자격이 없어"
하더니 나를 문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또 이렇게 작은 방으로 쫓겨난것을 보니
아마도 내가 똑같은 실수를 한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며
기분이 착잡해지는것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잘못을 빌고 싶었다.
그러나,엄마가 쉽게 용서해줄것 같지 않았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마음을 다스리며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이제껏 괜찮았던 행동에 새삼스럽게 화를 내는걸까?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건 눈물겹게 사랑해주던 엄마 아빠가
아니던가?
혹 나를 사랑하지 않는단 말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순간 공포란놈이
번개처럼 달라붙었다.
나는 그 공포란 놈을 내 작은 머리에서 물리쳐내기 위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그러나 쉽게 물러가지 않는걸 보니 공포란놈은 내 머리보다
더 무거운 놈인가 보았다.
갑자기 머리가 터져 나갈것 같아 물이라도 마셔야 살것 같았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도저히 힘을
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몸을 추스려 밖으로 나왔다.

물을 먹고 힘없이 작은 방 쪽으로 몸을 돌리려는데
안방 문 틈으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엄마아빠도 나처럼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건 내 경우를 봐서도 익히 아는바지만
두 분다 편한 마음이 아닐꺼란 추측을 하게 했다.
내 작은 머리는 심각한 상황(야단맞은)을 금방 잊었는지
다른날처럼 문 틈에다 대고 코를 불어 보라는 행동을
지시했다.
바짝 문 가까이로 다가 가는데 두런거리는 엄마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엿듣는다는건 신사답지 못한거란걸 잘 알면서도,
두 분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주눅이 들어
있던때라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었다.

문 틈에다 코를 갖다 대는 대신 귀를 쫑긋 세웠다.
내가 꿈에도 잊지 못하는 엄마의 예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렇게 지를 이뻐해 주는데도 왜 우리를 무는걸까?"
다른날 보다는 목소리가 많이 가라 앉아 있었다.
엄마도 나처럼 슬픈 걸까? 싶어 나도 덩달아 무지 슬퍼져
문턱에 머리를 조아리고 바짝 엎드려 뻗어버렸다.
그때 "그러니까,개새끼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슬픈 목소리를 듣고 한껏 슬픔에 잠겨 있던 나는
몰상식한 아빠 말투에 슬픔도 잊은채 순식간에
화가 끓어올랐다.
나도 남자지만 그런 몰상식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끔 뱉어내는 아빠에게 무진장 화가 났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아빠말대로 나는 개새끼인걸?
인간들이 "개새끼만도 못한 놈"이란 욕을 할때보다 나은
상황인가를 저울질하기에는 내 머리의 용량이 너무 작은가
보았다.
또 머리가 지근지근 쑤셔왔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난 개새끼야"
눈물까지 찔끔찔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생각하기에도 지쳐 피곤한 몸을 끌고 작은 방으로 가려는 찰나,
"우리 사랑이 부족한거 아닐까?"
우아하고 고상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새끼지"하는 소리보다 내 마음을 더욱 더 심란하게 했다.
너무나 심란해져 나는 결국 울면서 작은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 사랑이 부족한거 아닐까?"
엄마말이 내 작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아프게 후벼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뼈아픈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엄마아빠 물지 않게 해 주세요"
울면서 열심히 기도도 해 보았다.
그러고 나니 조금씩 기운이 났다.

개새끼인,개새끼일수 밖에 없는,사람도 아닌 개가
뼈아픈 후회를 하다니...
너무나 기뻐 엄마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엄마없이 하루라도 혼자 잠을 잘수 있는
의연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다가,뼈아픈 후회를 하다가 의연해져서
갑자기 이런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왜 인간들은 개같은 나도 하는 뼈아픈 후회를 하지 않는걸까?
"사람님들! 나처럼 참회를 해봐~~~"
밤새 "컹컹!"목이 쉬도록 짖어댈수 밖에...
하도나 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