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어머니 약타러 강남성모병원 다녀오는 길에
서초 국립도서관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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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병원갔다가 서초동 국립도서관에 잠깐 들렸어요.
실은 제가 책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 도서관 언덕에 올라갈때면..
눈 앞에 펼쳐질 무수한 나의 보물들 생각에 너무 좋아서..
흥분이 되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목구멍 속이 조여와요. ^^
그런데 막상 도서관에 들어가니까 책생각 보다 밥생각이 먼저나서..ㅋㅋ
칼칼한 카레라이스나 사먹어야지하고 식당으로 향했어요.
1,500 원 이면 하얀 접시에 밥을 꾸욱 담아주고
그 위에다 푸짐하게 올려진 카레라이스를 먹을 수 있으니까요.
어~~ 그런데 몇달 못 가본 사이에 식당이 확~~ 변했네요.
주메뉴가 한식과 양식 두종류.
한식은 청국장찌게에 밥,김치, 나물, 몇가지 반찬이고.
양식은 돈까스에 생선까스, 밥, 스파게티 조금. 야채 단무지, 그리고 스프.
전 당연하게 양식을 선택했지요.거금 2,700원 씩이나 주고.^^
음식을 맛있게 음미하며 오랫만에 칼질을 하고
혼자서 한참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전..그만 제눈을 의심하고 말았습니다.
무심히 밥을 먹다가 앞자리를 쳐다봤는데..
거기..프랑켄쉬타인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필시 무엇을 잘못 보았다고 여겼습니다.
키가 한 170쯤 되보이는 아주 피골이 상접한 남자가..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여자였는데.. 거기 서있었습니다.
아래 위로 회색 정장을 입고, 머리는 잔뜩 뽕을 넣어서..
흔한말로 후까시를 넣어서 부풀린 쉐기커트를 했고,
양쪽 귀에는 금빛 링 귀고리.
바짝 마른 창백한 얼굴에 눈두덩이에는 웬 시퍼런 아이쉐도우.
붉게 칠해진 입술과 턱밑으로 보이는 무수한 굵은 주름.
거의 십센티에 육박하는 검은 통굽구두,
그리고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마치 눌려서 말린 오징어 같이 납작한 옆모습.
두께가 한 십센티나 될까?
그 여인에게서는 산사람보다는 죽은사람의 냄새가 더 풍겼습니다.
필시 이건..내가 엊그제 꾼 꿈땜(귀신 나온 꿈..^^)을 하는 것이야~~
주위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밥먹기에 정신이 팔려서
이 여인이 눈에 안보이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 여인을 향해서 한 남자가 한식이 든 식판을 들고 다가오더군요.
그런데 그 남자..정말 만화영화 "개구장이 스머프"에 나오는
악마 "가가멜" 하고 너무나도 닮았어요.
역시 창백하고 바짝 마른 얼굴. 뾰족한 코하고 눈매가..
이런 저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제가 하도 맛있게 먹으니까 도데체 뭘 저렇게 잘먹나?..ㅋㅋ
궁금했는지..그녀가 쳐다 보더군요.
전 그녀를 향해서 방긋 웃으며 한마디 했습니다.
" 맛있어요, 드셔보셔요? ^^ "
그러자 그녀가 알았다는 뜻의 눈웃음을 지으며 활짝 웃더군요.
그 순간에..그녀에게서 풍기던 어두운 그림자.
차갑고 싸늘하고 마치 죽은사람 같던 그 그늘들은 사라지고..
피가 돌고 아직 살이있는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그 여인은 제가 가가멜 처럼 보인다고 생각한 그 아저씨와
한식을 같이 주문해서 드시더군요.
피골이 상접한 두사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쨔쌰~~ 제법 몸집이 푸짐하다고,
피골이 상접하게 마른사람들. 이상하게 쳐다보는 너는..
뭐 그래봐야 같이 밥한끼 사먹을 남친이나 있어?
암 것두 없는 주제에..누굴 흉보니?
외모보다 더 중요한게 마음이라고 맨날 그래쌌더니만..
너두 별 수 없는 속물이 아니고 뭐야..그치? ^^
아마도 제생각에 그 사람들은 병원에 찾아온 말기암 환자거나..
(근데 머리가 숱하게 있드만..?)
아니면 탈북주민이거나..
아니면..선척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살이 절대로 안찌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아니면..
진짜로 유령들이었거나..ㅋㅋ
여하튼간에..
우연이든 필연이든
삶의 길목에서 스쳐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사람들과 만날때..
결코 살아생전 두번다시 만난다는 보장이 없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때..
저는 그들에게 신께서 주신 최상의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저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진심어린 격려의 미소.
비록 말은 하지 않아도.. 은연 중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칭찬의 미소를..
결국 산다는건..
순간순간의 작은 점들이 모여서 긴 인생의 강을 이루는 것인데..
그 찰나를 잡아서 내 것으로 만드려면..
재빨리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하니까요.^^
체면을 차리거나 무관심으로 우물쭈물 하다가는
절대로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기차를 놓치게 되니까요.
따라서..
카프페디엠,~~ 시즈더데이!
현재를 놓치지 말고 꼬옥잡고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