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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시어머님


BY 아리 2002-03-08

나이 40이라는 게 거저 먹는 건 아닌 가보다

걍 40이 아니라 44가 아닌가 ...

예전에 느꼈던 恨도 아픔도 그리 무게를 느끼지 않고

그저 아련한 아픔 처럼 ..저 멀리 보이니 ...

아니 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형님말 대로 무얼 더 기대하고 욕구 하기가

미안할(?) 지경으로

내 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

지금 막 사온 딸기를 깨끗이 씻어

입에 넣는 데 그 상큼하고 시원한 단맛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흑 흑 ~~~~

쟈스민님의 시어머님 자랑을 들으니 더욱 서글퍼져서

나는 토해야 한다 ..흑 흑 ..

나는 신혼때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 막내 며느리이다 .

우리 시어머님 일찌기 아버님이 하시던 사업이 다 실패 하시고

호의호식을 다 누리던 그 시절을 다 접고

다 늦게 나은 아들 하고

단둘이서 단칸방에 사시던 분이다

(큰형님은 일찍 분가하시고 )

대학 다닐때 부터 집안의 가장 아닌 가장이 된

다 늦게 낳은 막둥이 하고 늘 단둘이서 사시던 홀시어머님 ..

물론 어려운 집에 시집을 오는 며느리가 고맙기도 하시지만

내심 나처럼 여리디 여리고

가늘디 가는 며느리보다는

덩치 있고 씩씩한 며느리가 더 맘에 있으셨으리라 ..


어머님 사시던 생활이 워낙에 부지런 하시고 깔끔 하시고

옆에 있는 머리카락 하나 그 눈에 넘겨주시는 분이 아니시다

나는 가늘디 가늘어서

해보지도 않던 살림 하랴

직장에 다니랴 힘에 부쳐도

우리 어머님 연세 그 당시 --76세이시니 무얼 도와주시기 보다는

그야말로 드실 물도 떠다 드려야 한다

오랫동안 막내 아들하고 살아오신 어머니

공연히 며느리에게 아들 빼앗긴 기분이 아니 드실수 없다

더구나 그 연세에 ...

내가 아무리 곰살 궂게 다가가도 어디 그 효자 아들만 하겠는가

언젠가 글에도 올렸지만 출근 하고 퇴근할때 마다

바나나우유 젤리 요쿠르트 찹쌀떡

한보따리 사다가 어머니드리고 어머니 방에 가서

열시까지--어머니 잠드실 때까지

자상하기 이를데 없이

얘기하고 손톱 깍아 드리고

자리 봐드리고 ...

도데체가 내가 비집고 들어 갈 데라고는 손톱만한 틈도 없다

종알 종알 ..

내 얘기를 들으시다가도

아들이 오면 금새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


헌데 ..몇날이 지나고

우리 모두가 반기지 않는 임신을 덜컥 한 것이다

사실 나 혼자라면야

친정가서 며칠 묵고도 오고

무어라도 사먹으련만 ..

어른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더구나 편찮으신 어머님이 계신데 ..

나의 좋은 친구들은 뭐가 먹고 싶어 뭐든지 사줄게 하고

편지하고 책가지고 오고

심지어 철분제까지 사들고 난리를 부리지만

도데체 우리 신랑하고 어머님은 내가 임신한게

하나도 반갑지 않은 눈치다

가뜩이나 개미허리주제에 먹은 것도 없이 토해대고 ...


밖에서 잠시 친구를 만나 이것 저것 얻어듣고 신랑하고 같이 퇴근

을 해도 집에 계신 어머님 걱정에 무얼 사먹고 자시고 하는 그런

사치한 생각를 해볼 여유 조차 없다 ...

겨우 .냉면 한그릇 얻어먹고 들어 와서도

욕실에 가서 토하면 신랑은 어쩔 줄 모르고

일어나고

어머님은 차갑게 ..내 뱉으신다

"얘 다 그러는 거다 ..욕실 문 닫아라 ~~~~~~"

세상에 나는 그 곤혹스러움에 토하고 있는데

설움이 눈앞을 가려도 ..어떻게 할 힘은 없다 .......


신랑은 조금이라도 내 등을 두들겨 주고 싶겠지만

어머님 무서워서 도로 주저 앉는다 ...

(만약 요즘 신세대들에게 그런 행동 했다가는 그 신랑 당장 내?기리라 .. 내가 그의 맘을 모르는 건 아니어도 밉기는 마찬가지 ,,,다만 이해하고 용서 해준다는 거뿐 ...)


그래 뭐가 먹고 싶느냐 ..

나는 정말 나의 이세를 가진 네가 자랑 스럽다 어쩐다 표정도 없이

내 참 ...그래 맞벌이 하는 데 아이는 얼마나 커다란 짐이냐 ..

어느정도 집안이 안정 될때까지 돈 벌어야 하는데 .......



어렵게 ..내가 딸기가 먹고 싶다고 ..그랬다

그 다음날 ..신랑이 퇴근을 하는데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찹쌀떡 사탕 ..요구르트 봉지 사이에

어머님이 주문두 하지 않으신 ..딸기가 들려 있었다 ...


어머님 ..화가 치솟으셨다 ..

왜 그러셨을까 ..????????????

"너 미쳤니 ..이 사월에 그 비싼 딸기를

딸기 먹다가 집안 망한다 ...""""


하시더니 그 딸기를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 치셨다

순간에 발생한 일이다 ...


나는 울면서 그 딸기를 줏었고

정말 그 딸기가 먹기 싫어졌다 ...


셋이 아무 말을 못했다 ....


아침이 되자 신랑은 일찍 출근을 하고

나도 출근을 준비 하며 장농에서 오늘 입을 옷을 찾고 있는데

어머님이 내옆에 와 계신다

작고 여위시고 ..마치 나와 같은 한 모습으로 ..

"얘 내가 잘못했다 늙으면 먹을 거만 밝힌 다더니

내가 그짝 났나보다 ...내가 말야

전에 노할머니를 모실때 ...

입덧을 하는데 ..무시루떡이 너무 먹고 싶은 거야 ..

그래 그때는 집에 돈두 풍족하고 좋은 시절 아니니 ..

헌데 내가 그걸 사자고 말씀 드리니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시데 ..

얼마나 서글픈지 ..."

더이상 딸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지만

나는 어머님이 측은 하여 ..정말 같이 울었다

어머님 얼마나 잠도 못 주무셨을까 ....


정말루 내가 임신한게 싫어서라기보다

연로하실대로 연로하신 당신에게 내가 아이를 맡기게 되면

없는 살림에 안 보아주실수도 없구

그렇다고 집에 사람을 들일 정도루 넉넉한 살림두 아니고 ...

나름대로 걱정이 많으시고 당신이 답답하셔서 순간 화가 나셨다는

것이다 ..


집안의 누군가가

땅에 관한 문제루 어머님에게 오셨다 ..

아마 그땅을 미리 아즈버님이 그 앞으로 해 놓으시고

파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

어머님이 그 땅은 우리 막내 주어야 한다고 혼자 고집 피우시고

정말 열을 올리시는 거다 ..

"어머니 그거 가지고 흥분 하지 마셔요

저 그런거 다 없는 줄 알고 여기 시집 온 사람이어여

그거 가지고 싸우고 어쩌구 하고 싶지 않아여 ..."

"얘 너는 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어떻게 하니 안된다

그건 우리 막내 주어야 한다 .."

.........


그래 때로 내나이가 되니 팔자소관이지 뭐 하고

뒤떠드는 얘기가 결코 거저 넘어가지지는 않는다

내 것이 되려면 가만히 있어도 내 것이 되고

아니면 아무리 악을 쓰고 땅을 쳐도 비켜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

글쎄 내가 넘 전근대적 사고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건가

좌우간 그런 걸 우기고 싶은 생각이 없다 ..



그리고 얼마 후에 형님이 다니러 오셨다

우리 형님하고 우리 어머님은 두시간을 같이 못 계신다는

두분다 대단하신 분이다 ...

그 한많은 사연이야 지금 얘기 다 못하지만 ...

그래도 어머님 자존심에

이제 늦게 둔 막내며느리 한테 대접 받구 사시는 거 보여주시고

싶어서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형님 오시는데 하시면서

큰며느리 엄청 어렵구 손님 처럼 생각하신다 ..


우리 큰형님 하시는 말씀 ...

정말 표현이 놀라웁다 ..가끔씩 하시는 말씀 ..


어머님 ..제가 쌀독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아여 ..

(나두 처음에는 이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

이름하여 돈이 없다는 표현이란다 ..)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어머님 생활비 병원비 우리가 다 대고 있는데

잘 살고(?) 계시는 형님 댁 생활비까지 대라는 말씀 이신가 ..

어머님하고 두분이서 약간의 큰소리가 나고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다 ..

다만 ..

"동서네는 둘이 벌고 ..."

"어머 형님 그런 말씀 하지 마셔요

저두 이리 어려운 집인 줄 정말 몰랐어여 .."

머 오래 되어서 기억은 나지 않는데 ...

형님이 다녀가신 뒤에

어머님이 나에게

"잘했다 .나 아까 속이 다 후련 하더라 .."

이러시는 게 아닌가 ...

같이 살면 미운정 고운정 들어서

한참 내 편이다가 다시 또 신랑이 들어오면 ..어리광이 시작 되시는




시누이가 다니러 오면 어머님의 어리광은 한단계 더 ...

"얘 쟤들은 저기 저방에서 둘이 자고

나만 여기서 나 혼자 잔다 .."

에구 구여운신 어머니 ..(물론 지금이니 이런 표현을 써보져 ..ㅋㅋ)

" 이구 엄마 혼자 자는게 좋지 뭐가 "

시누이는 민망스러워서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고 ...


나는 이내 딴청을 한다 ..



열시까지 어머님 방에가서 보초를 서고 와도

어머님 주무시다가 부르신다

"아범아 ~~~~~"

30초 안에 옷입고

충성! 저 왔습니다 해야 한다 ..



우리 신랑이 나를 조금 도와주려는 기색이 보이면

내가 더 곤란 해진다 ..

그래 안 도와주는데 도와주는 거다 .

다만 연탄갈기는 가끔 신랑이 대신 해주는데 ..

우리 어머님 ..

"얘 쟤가 부지깽이가 어떻게 생긴줄도 모르던 애다 .."


(이구 어머니 저는 연탄이 어떻게 생긴 줄도 몰라여 ..)


가다가 한번 일직에 걸려도

아무리 신혼이어도 같이 학교루 가지 못한다 ..

이따가 진짜루 학교 와야 된다 나 혼자 심심해 알았지 ..

하고 출근을 하고는

12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 미운 신랑 ...

그나마 다 늦게라고 같이 퇴근 하고 들어가는 길에는

서로 내외하듯이

우리 신랑을 배밭에 가서 담배 한대 피우고

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와도

어머님 얼마나 눈치가 빠르신지 ..

"너 어디 갔다 왔니 .."

"어 나 시내 볼일 있어서.."

하고 우물 거리면 대번에

" 야 자슥아 내 다 안다 니 쟤 학교 갔다 왔지 .."

헉 ..귀신 이야 귀신 ..미티

차라리 거짓말 하지 말껄 ...


이런 저런 세월을 다 보내구

우리신랑은 한 겨울에도 가끔

그 딸기를 사오고< 말은 안하지만 미안한 맘에 ..>

-하긴 언젠가 어머님 돌아가시고 그해 겨울에 딸기를 사가지고 와서

한 많은 딸기 실컷드셔 ..한적이 있네여 ..

군밤을 사오고

어머님에게 하던 그 자상함을 나에게 쏟아 분다

그러니 내가 용서 하지 안 그럼 ...당장에 ..

ㅎㅎㅎㅎㅎ

효자 아들 욕하지 마셔요

그거 기본 품성입니다 ...

그거 다 언젠가 ..자기 와이프한테 다 돌아 옵니다 ..

기다려 봅시다 ..

(제가 콩트 방에 ..짐꾼 얘기를 많이 했는데

바로 그 친구가 저랑 만날때 늦으면

나한테 엄청 쭁크 먹어도

엄마가 무거운 장을 봐가지고 오시는 걸 보면 못참고 얼른

들어다 드리고 오는 바로 그런 품성 가진 친구 였더랬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