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둘째 놈 담임 선생님과 상담 약속이 있어서 화장 하랴 점잖은 옷 찾으랴 바쁜데 손폰이 띠리리.띠리리 울린다 요즘 살이쪄 울퉁불퉁 삐져 나오는 살들을 감추고져 반쯤 입은 올인원을 허리에 걸친채 받아보니 맏며느리 동호회에 포항 총무 준하 엄마 였다.
""도영 언니 저여요..어디세요?""
늘 밝고 운동권출신답게 목소리또한 쩌렁쩌렁한 총무가 난데없이 나의 위치를 묻는다.
나보다 나이가 10년이나 어린데도 말을 놓지도 존대도 아닌 어정쩡한 나는
"아.네네...집인데..웬일로??""의외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준하엄마는 뒤로 넘어간다.
""와아~~미쳐요 내가 미쳐 언냐!!오늘 23일 물놀이건 현장 답사 가자 해잖어요!난지금 운동장 호돌앞인데.어휴 그걸까무그요?멀라멀라 멀라`~힝..""
앙살을 앙살을 있는데로 떤다..ㅎㅎㅎㅎ
아차차...해서 달력을 보니 다음주인줄 알았던 현장 답사 약속이 오늘 일줄이야.
같이 가기로 한 시샵 은하도 혜민이 엄마도 게다가 차량 제공하는 나까지 까맣게 까먹었으니 준하 엄마의 반기절은 당연한 행동이였다.
일단 학교 상담을 마치고 재 약속을 한 약속장소인 호돌이 앞 그늘아래 평상앞에 서있으니 평상위에서 한쪽팔을 땅에 떨군채 주무시던 초라한 할아버지가
""아가씨..여기좀 앉아보우 여기...'"
아가씨란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나는 돌아보니 행색이 초라한 할배는 내가 앉을 평상 자리를 손으로 닦고 계셨다.짜장면 한그릇을 시켜 드신듯 그옆에는 말라버린 짜장면 그릇이 놓여져있고 나는 할배가 닦아준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 왜 여기서 주무세요.친구들 없으셔요?경로당 가시지.심심할텐데...""
'"여기가 시원하잖우..내일부터는 바뿌우..나도 등산도 가야혀고 결혼식에도 갈거유,친구들 모임도 두개나 있구 나도 바빠..내일은...
애써 자신의 쓸쓸한 노년을 들키지 않으려는듯 할배는 묻지도 않은 내일의 일정을 강조를 하신다.지금도 바쁘다며 바쁜척 총총히 가시는 할배의 고독이 스민 뒷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조금전 그 할아버지를 상상해보니 웬지모를 서글픔이 밀려왔다.
잠시후 나랑 같이 까먹은 시샵 은하와 혜민이 엄마와 총무 준하엄마가 차례로 나타나자마자네명의 아지매들은 와아!!동시에 웃어 버렷다.
맏방의 시샵 은하는
""도영언니도 약속 까먹은줄모르고 도영언니한테 말좀 잘해조..켓드만 언니도 까무긋데요..ㅎㅎ우리 자리잡고 누워야 해요 이제 살아서 모허누...이 치매병우야꼬..힝...""
미안 해서 내가 점심을 사겠다며 서너번 가보았던 추어탕맛이 일품인 ""사과나무"집을 찾았다.사과 과수원옆에 자리한 그집은 미대를 나와 프랑스로 유학간 주인 아주머니의 딸이 그린 작품들이 걸려있는 옛날 가옥인데 족히 7-80년은 됨직한 고가 였다.
사과 나무 숲을 헤치고 대청으로 들어가니 마루에 서늘함이 발바닥으로 전해져 온다
친정엄마 솜씨와 비슷한 맛깔스런 점심을 먹고 별채로 쓰인듯한 옆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값은 자유...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타며 창문을 바라보니 사과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가 여름햇살에 붉으스레 익어들가고 사과나무 밑둥 에는 작은 들꽃들이 사과 나무 그늘에서 앙징맞게 사과의 향을 음미 하는듯 피어있었다.
통나무를 툭툭 잘라 만든 엉성한 탁자며 의자들이 정겹다는 일행들은 사과과수원 속에 이런장소가 있었냐며 탁자 유리에 끼어진 흔적을 남기고간 이들에 짦은 글들을 보며 즐거워한다
서너권에 손때묻은 다녀간 이들의 낙서장 들을 뒤져보며 타지에서 혹은 연인들과 왔다간 이들에 사랑하는이와 함께 있어 행복 하다는 내용이며.사랑하는이와 헤어지고 추억을 더듬고져 홀로와서 남기고간 독백 인듯한 처절한 실연 글 들을보며 이름모을 그 청년의 아픔 심정이 헤아려져 같이 아파하는 순수한 혜민이 엄마의 모습에서 풋사과의 풋풋함을 느꼈으니...
네 여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수있는 얕은 물과 밤나무 그늘이 있는 장소를 정해놓고 내가 한번씩 친구들과 가는 ""소소원""이란 호수가 보이고 자갈이 깔린 초가지붕으로 유명한 그곳으로 산속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소소원"
청하 라는 읍을 지나 구불구불 곡예를 하듯 꺽어지는 도로를 20여분 달리면 그곳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넓은 호수와 작은 개복숭아가 창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곳 ""소소원'"
한지로 발라진 천정위엔 소쿠리을 뒤집어 그안에 전구는 소쿠리에 틈사이사이로 은은한 색을 발하고 촛불 타는 냄새와 종이장판위에 부채가 놓여있는 깔끔한 여주인이 옛주전자에 구수한 엽차를 담아 내놓는 그곳은 내가 추천 하고싶은 1순위다.
네여자가 자갈밭을 자그락자그락 밟고 들어가니 노을이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였다
오후에 햇볕을 가리고져 내려진 광목으로 만든 커텐을 대나무에 돌돌 말아 올리고 바라보니.
호수가에 노을이 발갛게 내려않아 여름내내 지친 맑은 물들을 다독거리는지 호수는 미동조차 않은 고요한 호수가에 새한마리가 푸드득 건드리고 비상해 버린다
작은 새의 발차기인지 훅..지나치는 한줄기 바람 때문인지 너무도 고요한 호수는 잠시 일렁이고 노을은 옅은 어둠이 내리는호수 끄트머리로 사라져갔다.
네여자들은 자갈이 깔린 마당으로 이동을 했다.
둥근 돌탁자와 통나무를 잘라 세워놓은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처마밑에 전구가 어둠을 밝혀주고 우리는 "조겁데기술 반되와 도토리 묵국수와 파전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 껍데기술을 세자로 줄여봐라..""
장난기 가 발동한 내가 물으니 답이 모냐고 다그치는 세여자 말에 ..
눈하나 까딱 안한 돌같은 표정으로""조깐술""툭 내던지니
우우 와아!!!세여자 목젖까지 보여가며 웃어제낀다
네여자의 웃음소리에 불빛에 비치는 나즈막한 키작은 들풀들이 화들짝 놀라고 풀벌레소리도 잠시 멈추고 한여름밤에 웃음꽃이 잡초가 무성한 초가집 지붕위로 퍼져 나가 지붕우에 잡초들이 네 여자들을 내려다본다,..
달빛 아래 별빛 아래 제법 가을 바람 처럼 선선한 자갈 위에 네 여자와
자갈 위를 기어 다니며 신나 하는 10개월된 총무 아들 준하
아홉살자리 혜민이에 뛰어노는 모습 에서 요 며칠째 다운된 기분이 충분히 업이되어 넘치니.
살아 있어 행복함을 ...
좋은 이들과의 달빛이 비치는 여름밤에 잔잔한 자갈위에 행복을 느낄수 있었으니..
어찌 이보다 더 행복 할수있는가를 느껴본 토요일이 었다.
2003년8월10일
돌깡패 도영..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