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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마다 놓여진 화분들이 어제의 소나기끝자락을 잡아서인지 화려한 초록빛깔을 유난히도 싱싱하게 품고 있습니다..
앞에 놓인 서양란 심어진 화분 몇개는, 어찌나 그토록 생명력이 강한지... 바쁘다는 핑게로 물주는 일을 곧잘 잊어버리곤 하지만 화분속 깊이 뿌리박은 그들의 생명력에 별반,아픔을 주지 못하는듯 싶게 그저 말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것이 신통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검정 숱댕이 바위산을 심어놓은듯한 형태의 타원형 화분은 윗 상사의 것으로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듯이 청자빛 우아함을 토하고, 보기에도 기품이 줄줄 흐르는 태고적 무늬는 , 그것을 만지는 내손가락을 언제나 조심조심 떨리게 하지요
이름도 모른채 화분에 심겨진 분재나무는 잎사귀 하나하나엔 얼마나 파릇한 싱그러움이 뭍어있는지 허기진 마음의 갈증을 풀어주는데에는 그만이랍니다...
아!... 저기에 난쟁이 키작은 화분하나가 있습니다.. 한겨울... 마른 가지몇개로 간신히 버티며 힘아리 하나없이 그렇게 말라가고 있는걸 버려진 다른 화분들 틈에 팽개치듯 내버리고 돌아왔는데 화분주인인 우리직원이 노발대발하며 그것을 다시 들고 들어옵니다. 말라버린 나무쪼가리 무엇에 쓰려는지 의아해하며 눈길한번 주지않는 무관심속에 키작은 화분은 그렇게 혹독한 한겨울을 견디어 냈습니다....
겨울이 가고 새싹돋는 봄입니다.
말라 비틀어진 키작은 화분의 마른가지에서도 손톱만한 새싹이 파릇파릇 돋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이내, 푸른 잎파리를 하나둘 피워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키작은 화분을 다 덮을만큼 많은 은행잎이 가지마다 메달려 푸르름을 더합니다... 참으로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힘앞에 나는 그만 치부를 드러내는 듯이 그 키작은 화분앞에 부끄럼을 느낍니다...
아직도 여름이 가려면 멀었는데 에어컨 바람에 가을 준비하려는듯 키작은 은행나무는 벌써부터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합니다 노릇한 색깔로 위서부터 물들고 있으니 머지않아 온몸을 노랗게 치장하고는 물이든 노란은행잎을 치르르 치르르 떨어뜨리겠지요... 작년에도 , 제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돌아오는 겨울에는 반드시 키작은 은행나무 화분을 외롭게 버려두지 않을것입니다... 내년에 다시 피울 새싹을 준비하는 가상함을 두고두고 보듬고 쓰다듬겠습니다... 손가락사이사이로 사랑의 체온을 전달해 주겠습니다...
내년에 다시 만날 행복한 봄을 위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며 마른가지에 싹이트길.... 가지마다 잎사귀 꽃피어 화분을 덮어주길...
키작은 은행나무에게 바라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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