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한참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약간은 짜증섞인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엄마였다.
나는 잠이 덜깬 목소리로 "무슨일이세요?"하고 물었다.
엄마는 냉이를 캤다며 이따가 가지고 간다고 하시는 거였다.
내심 속으로는 '냉이는 무슨 냉이'하며 대답하고 끊었다.
오후가 되자 새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오셨으니까 와서 같이 점심먹자구..
이것저것 아이것을 대강 챙기고 오빠집으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집안에는 냉이냄새뿐만 아니라 봄냄새까지 가득했다.
나는 아침의 기억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엄마 벌써 냉이가 이렇게 자랐어?"하며 엄마 옆에 슬쩍 앉았다.
엄마는 그저 웃으시며 "아이보기 힘들지?"하시며 우는 애기를 업으셨다.
봄은 멀리서 오는게 아닌가보다.
항상 내옆에 이렇게 따스하게 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다니..
엄마 건강하게 오래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