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서글프게 여름 한 낮을 적셔 줍니다.
잔잔한 음악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가만히 창가를 응시하며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전화벨......
울려 줄 것 같지 않습니다. 마냥 기다립니다.
김돈규의 " 나만의 슬픔" 을 아주 깨끗하게 가슴 절이게 불러 주던 사람.
가슴을 채우지 못한 채 떠나는 그였기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 날 밤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따르릉........
술 한잔 사 달라고 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일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술을 잘 못하는 그.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딩동 딩동..
문을 열어 보니 그였습니다. 말 없이 술만 들이키던 그.
아무말 없이 대작을 해 주었습니다. 슬픈 표정인 그.
술기운이 오르자 그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자 친구하고 헤어졌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누나이자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그가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면 위로해주다 그가 말없이 내 가슴에 들어왔나 봅니다.
그해 겨울.
한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잘 살고 있겠지. 소식이 궁금해졌을 무렵. 그가 또 나타났습니다.
수염을 살짝 기른 모습으로 ....낯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항상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짧은 머리를 무스로 세우고 스포티한 모습이 예전의 그입니다.
이번에도 난 그에게 누나였습니다.
그는 또 사랑을 했답니다. 그렇다고 그가 바람둥이는 아닙니다. 제 눈에는 그는 순수해 보였으니까요.
이번에는 학생이 아닌 단란주점 아가씨라고 했습니다. 낚시하러 갔다가 들린 곳이라고 했습니다. 가슴이 설레였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 보았던 여자들이랑 틀리게 너무 예뻤다고 했습니다. 정신없이 사랑을 해서 잊으려고 하니까 가슴이 메어지게 아프답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까만 밤을 전화기가 뜨거워 지도록 그녀가 불러 주던 노래들이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고 했습니다. 가슴 절절이 사랑하지만 잊어야 하니까 너무 아프다며
밤을 새워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