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들어 가겠다고 어른들께 전화를 했다.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한중 합동 공연을 보려고
계획하고 있던차라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동행하시는 최화백님과 그일 태우고 공연장에 도착한 후
집에 전화부터 한거다.
"차고 안 잠그고 있을께. 밥은 집에와서 먹니?"
"네, 집에 가서 먹을거예요."
오십이 한참 넘은 아들의 식사 걱정을 빠드리지 않으시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접으면서
나도 내 자식에게 저렇게 하려는지 싶었다.
봄이 발자욱을 들여놓은 계절이지만,
어두워진 밖에 나오니 바람이 많이 차면서
입에서 이상한 소릴 만든다.
"매운거 먹었어요?"
"왠 매운걸요?"
"근데 , 왜 입으로 스으스 거려요?"
맥없이 하시는 최화백님의 말씀으로 한참을 웃었다.
어딜 다녀 오느냐며 식탁에
주섬주섬 반찬을 내어 놓으시는 어머님.
"반찬이 마땅치 않아 콩나물밥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늦은 아들 며느리가 걱정스러우신지
주방에서 쉽게 뜨시질 못하신다.
"영규가 네 생일 이라고 이렇게..."
거실 쇼파에 앉자 마자 케익과 봉투를 내앞에 내미시며
큰 손주가 너무나 신통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
"우리 애들은 착하기도 하지. 제에미 생일이라고 잊지않고
친구편에 돈을 줘서 이렇게 하는거봐라. 넌 자식 농사
참 잘 지었어. 영규는 너를 참 생각 하는것 같드라."
"다른 애들도 부모 생일이면 다 해요."
"테레비에서 못 봤니?부모 속 ??甄?놈들 말여."
아버님 어머님의 신통방통한 손주사랑 얘기는 끝이 없다.
난들 왜 안 좋겠는가?
제 에미 생일 잊지 않아 주는것 만도 고마운데
친구 통해 케익에 봉투까지 보냈으니 눈물이 나도록 고맙지.
그치만 난 어른들 모시고 살면서 어른들 얼굴에
그토록 환한 미소를 만들어 드린 적이 많지 않은것 같은
죄스러움으로 많이 좋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인걸.
오늘 아침 아홉시가 좀 넘어서 전화가 왔다.
"아들입니다. 해피버스데이 투 유! 맘!"
"출근했니? 밥은 먹었구?"
"예,나중에 제가 월급 많이 타면 멋진 선물 해드릴께요,
지금은 제가 가난해서요. 대신 제가 엄마 생신 기념으로
담배를 끊으려구요. 엄마가 걱정하시니까 그것도 엄마께
드리는 선물로 생각 하세요."
"고마워!엄마 걱정 덜어줘서...."
도는 눈물을 억제 하며 전화를 끊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주책없이 나오는 눈물을 어른들께 들킬까봐
내방으로 들어가며 꽉찬 가슴의 "잠깐 행복"에 젖는다.
가게 나오자 마자 멜을 여니 작은 아들의
멜이 도착해 있다.
"Happy Birthday Mom! I love you."
학교 도서관에서 썼나보다. 영어로 보낸걸 보니.
제 형의 지시가 있었을게 틀림없다.
미국에 있는놈이 음력으로 하는 에미 생일을 기억 해낼리
없으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아들 둘이서 축하 해주는 생일이 어느 누구의 축하보다
또 어느때의 생일보다 행복하게 느껴지는건
처음으로 둘다 내품을 떠나서 보내 오는
축하 이기 때문인것 같다.
이렇게 들뜬 기분을 그이는 알아채고
눈에 하나가득 하회탈 웃음으로 채우면서
한마디 한다.
" 난 가진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했어. 자기 갖고 싶은것
돈으로 뭐든 사가져. 돈은 자기가 다 가졌잖어.!"
"그러게 딴 주머니좀 차지. 삥땅 이라는거좀 만들어 이럴때
쓰면 좀 좋아요?"
"그러다 들키면 날 얼마나 ......생각만 해두..."
"난, 자기에겐 맘 접었어요.마누라 생일 매일 잊어 먹구선.
자기맘 다 아니까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