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라크 의회가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7

덤과 에누리


BY 소심 2003-08-08

며칠뒤 찹쌀단자를 만들때 사용할 검정깨와 흰깨를 구하려고

 시장엘 갔다.

모처럼 만에 활짝 갠 오일장이여서 인지 시장의 모습도 활기차다.

반질반질하게 물이 오른 애동호박도 천원어치 사고  풋고추에 된장끓여
쌈밥 만들어 먹을 호박잎도 오백원어치 샀다.

덤으로 함창아지매는 된장에 넣을 약오른 풋고추 몇개를 얹어 준다.

작지만 기분이 좋다.

 

"아지매 잘 먹을 께요!"

 

함창아지매의 후덕한 인심과 정감어린 표정이 자꾸 머리에 남아 돈다.

뽁아서 쫄깃거리는 고구마 줄거리도 천원어치사고 그와 함께 전시되어 있는

딸아이 간식용 찰옥수수도 이천어치 샀다.

한바퀴 돌면서 발길이 멎은 떡집앞에서  환자로 있는 아들용 간식으로

송편 이천어치도 산다.  오복집 아지매는 만들던 꿀떡 열댓개를 덤으로 담아준다.

오복집 아지매의 푸근한 인심은  또 사러 가고 싶어 진다.

 

떡집 가까이 서적할인점을 내고 있는 조여사님을 방문했다.

얻어온  떡으로 간식을 삼으면서 커피 한잔 얻어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뒤

또 다시 시장을  돌아 본다.

 

"건이 엄마 떡이 맛있네"

 

 작은 떡 몇개에도 조여사님과 나는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그저 얻어온 떡을 나는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도 하고 인심도 얻고 일석이조이다.

이래서 자꾸만 장날이 기다려 진다.

시장에서는 누가 딱히 가르치지 않아도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줄줄도 알고 베풀줄도 알며 깍을 줄도 아는 진정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

 

대형할인점에 밀려서 자꾸만  퇴색되어가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재래시장의 단위도 자꾸만 소포장이 되어 간다.

그리고 서비스들도 변해간다. 나물은 다듬고 껍질은 까서 팔고.

부추를 다듬어서 팔기 위한 할머니들의 손길들이 바쁘기만 하다.

텃밭에서 길러온 토종의 채소들이 향기도 나고 맛도 좋아  장날마다 할머니들이

내다 파는 채소나 곡류를 자주 사는 편이다.

 

햇깨가   나오는 시기도 아니고 그리고 토종 국산깨가 오늘 따라 구하기가 힘이든다.

올해는 비가 자주와서 깨들이 다 으스러 져서 가격도 비싸질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산 검정깨로 계피를 만들어서 단자를 만들면 떡맛이 제맛이 안나고

꺽꺽 씹히면서 깨맛이 조금 모래알 씹는 기분이 나면서 꼬신맛도 없다.

제땅에서 나고 생산된 것이  그나라 사람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

 

농산물이나 과일에서도 토종은 자꾸만 사라진다.

농산물의  품종도 토종이 자꾸 사라지듯이 시장의 인심도 자꾸만 변해 간다.

옛날만큼 덤과 에누리도 줄어만 가고 상인들이나 사는 사람들의 인심도

각박해져 간다.

그래도 재래시장에는 사람 살아가는 향기가 나고 생기가 난다.

삶의 애환이 있다.

 

늘어만 가는 대형마트들의 소비 형태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간편함을 제공해 주기는하지만 인간미를 느끼고

덤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더하기와 에누리에 배울 수있는 삶의 빼기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자꾸만 앗아가고 우리들은  그 아름다움을

 잃어만 가고 있다.

사람들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느끼고 배우고 깨달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이라고 생각해 볼때.

변화되어만 가는 세상의 결과들이 자꾸만 두려워진다.

대형마트들에 가려져서 자꾸만 소멸되어 가는 재래시장을 살려가는 것이

우리들 삶의 기본터전을 고수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제 티비에서는  지역특색화를 위해서 길가에 장식해둔 옛항아리며 조형물들

야생화들이 싹쓸이 없어진다고 한다.

티비를 시청하던 남편과 나는 한바탕 웃음으로 티비를 시청한 씁쓸함을 날려보내기도

했지만  우리들 사라져 가는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자꾸만 희미해지고 살아져가는 덤과 에누리의 삶의 방식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