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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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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치매가 오는가?'


BY namu502 2002-01-28


'오늘은 빨래를 다 돌려놓고 너는것은 내일 널어야지.'
나는 얼른 자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잠을 청한 것이 어젯밤이었다.
오늘 아침 빨래 생각나서 행굼1회를 하고 섬유린스를 넣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금은 탁한 색이 나야 섬유린스는 정상인것 같은데 이건 맑은 빛깔이 나는 것이었다.

아뿔사!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는
'때는 이미 늦으리'였다.
그것은 그것은 락스였다.
그 다음이야기는 상상이 가실 것이다.

나는 얼른 물을 다시 받으면서
'내가 언젠가는 이럴줄 알았어.'
그랬다.
내가 처음 락스를 사가지고 오면서 그 자리에 놓을때 부터
'이거 행굼세제로 잘못알고 쓰는것 아냐?'
분명 그렇게 생각한적이 있는 것이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일을 치르고서야
조금 외진 곳에 락스를 옮겨놓고 행굼을 끝내고 섬유린스를 넣었다.
탈수를 해서 꺼내 보니 내 짐작은 어찌 그리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는지 까만 색깔의 옷들은 모두 얼룩무늬 군복처럼 되어 있었다.
빨래는 오늘 따라 어찌 그리도 많이 했는지 세탁기 속으로 꽉꽉눌러 한통이 되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난감한 마음을 허허벌판을 달리는 기분이었지만
그러나 딸 아이에게 태연하게 이야기 해야만 했다.
생존본능인가?
얼굴에 갑자기 철판이 깔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세제를 잘못넣어서 네것 까만티도 까만 바지도 얼룩무늬가 만들어 졌는데 원래 무늬가 그랬다 생각하고 입으라.
생각보다 무늬가 아주 잘 만들어 졌어'
속좋은 딸은 까르르 웃는다.
아마도 상태를 제대로 몰라서 인것 같기도 하고
단벌주부인 내 옷도 락스에 모두 희생양이 되어 버렸으니 내가 먼저 입고 새로운 무늬가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어야 아무도 항의하는 이가 없을 터인데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지 않을수 없다.

'벌써 치매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