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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하고 달작지근한 맛


BY 스카렛 2003-08-08

..
원산북에 아이들이 자연...
누구의 것도 아닌 원산북의 자연은 우리들의 것이었다
어른들의 간섭따윈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은채
우리는 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곤 하였다
그다지 풍요롭지않는 세상먹거리에 우리는 늘 굶주려 있었지만
지천에 깔린 이름모를 열매와 풀잎들을 따먹으며
다른 아이들의 먹거리에 부러움과 슬픔을 달래곤하였다

현미네집 옆으로는 작은 또랑하나가 있었는데
그 곳은 윗집 명자네와 뒷집 인자네 그리고 현미네와
우리집을 비롯하여 여러집들의 음식쓰레기 혹은 물을 버리는
배수구 역활을 하였고 그 위로 나있는 조그만 길로 우리는
명자네집을 빙~ 돌아가는 불편함을 해결할수 있었다.

어른들은 늘 그 길을 위험하다며 걱정을 했고
또랑에 빠지거나,가시나무에 찔릴수 있다고 하시었지만,
그 소리를 우리는 한번도 귀담아 들었던적이 없는것 같다

명자네와 우리집을 연결하여주는 그 또랑가에는
이름모를 풀들과 가시나무 그리고 간혹
들고양이가 죽인 쥐새끼가 썪고 있었고,
지저분한 흙더미에 더러운 오물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안에 늘 무엇인가를 찾아헤메였다
잔 가시가 많이달려있었고 , 삼각형 모양의 푸른 잎파리이며,
꽃은 한번도 피우지 않았고, 입에 넣어 한참 씹으면
시끔하고 달콤한맛이 도는 그 잎파리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찾아 헤메였는지 모른다

우리가 그 좁디좁은 길을 위험을 무릎쓰고 오르락내리락 하던것도
명자네를 핑게삼아 그 잎파리를 찾기 위함이였고,
잎파리는 비교적 쉽게 찾을수 있었지만, 그것을 먹기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이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만 하였는지 모른다.

또랑가에 핀 잎파리이기때문에 지저분스럽기 그지없었고,
잔가시가 많은 줄기에 손가락이 찔릴 위험이 있었으며,
이름도 모를 그 잎파리가 인체가 해가 되는지 어쩌는지도
몰랐기때문에 어른들은 늘 우리들에게
그걸 먹지말라는 주위를 주시었고,그때문에 우리는 어른들의 눈을
피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우리는 그 일을 어느누구의
눈치와 잔소리도 보지않고 듣지않아도 되었다...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릴없이
윗집 명자네를 올려다 보았고,
우리셋은 명자를 부르는 시늉을하고는
동생과 현미는 망을 보고, 나는 얼른 그 시큼한 잎파리를 따기위해
슬금슬금 또랑가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몇잎을 땄을까?....
나를 부르는 엄마의 소리가 들리었고
그 소리에 나는 그만 그 잎파리를 또랑가에 떨어뜨려야만 하였다
그리곤 화가나신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 올수밖에 없었다

나의 작업을 눈치채신 엄마는 금방이라도 몽둥이질하려는 듯 하시었고
우리셋은 모두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을 무렵이였다
우리하고 사뭇 다른환경에 자라는 재법 잘사는 집 딸 미나의 이모가
무슨일이냐며 오시는게 아닌가...
자초지정을 설명하신 엄마는 한사코 먹지못하는 풀떼기를
또랑가에 기어올라가 먹는다고 난리법석이시었고,
미나의 이모는 그게 어떤 풀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시었다

미나의 이모는 우리가 먹은 그 잎파리를 확인하고는
이걸로 술도 담아먹고 그냥 먹으면 시끔하고 달쩍지근해서
애들이 먹은거 같다며, 몸에 헤로운거 아니니까 걱정말라며
괜찮다고 하시며 엄마를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의외의 결과에 우리는 날아갈듯이 기뻤고,
엄마의 멋적은 미소에 보란듯이
또랑가에 올라가 잎파리를 따먹기 시작했다...
미나이모의 말한마디에 우리 모두의 작업은 그렇게 정당화 되었고
더이상 어른의 눈치를 보지않아도 되었다

단, 또랑가의 지저분한 잎파리가 아니라
명자네집 담벼락 밑에나는걸로 먹으라며 어른들은 한정을 시키셨다
명자는 우리를 만나러오는 또랑길을 이용하여
잎파리를 따와 우리에게 내밀었고, 우리역시 명자네집을 가는 길에
그 잎파리를 따다 나눠먹었다

우리는 원산북이 철거되기 전까지,그 잎파리를 먹으며
입안을 즐겁게 할수 있었고, 어른들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명자네 담벼락 뿐만아니라 또랑가에 핀 것들도 우리입에 모두 넣었다

그 잎파리...
이름도 알수없는 잎파리....
지금도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어김없이 발견되는 잎파리이지만
원산북을 벗어난 이후로 나는 그 잎파리를 한번도 입에 넣지않았고
눈길한번 제대로 주지않았다

우유빛 가득한 먹구름 한자락 흐르는 오늘처럼
추억의 한마당이 내가슴을 물들일때면
시끔하고 달콤한 그 잎파리가 생각난다...
원산북 또랑가에 자라던 그 잎파리를
다시한번 먹을수만 있다면...
시끔하고 달쩍지근한 그맛을 그리며 추억해본다...
이청리 모임펌
 



수연정 어릴때 밀과 소나무송진을 함께 씹어서 껌을 만들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나도 하얀가을님 덕분에 잠깐 추억속으로 빠져 보았습니다.. 글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2003/08/07]

최고야 매력적인 소나무 송진 그 잎파리는 늘 푸르름을 발휘 합니다. 하얀 가을님 생활이 늘 푸른 소나무처럼 싱싱하세요 ...  [200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