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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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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닮은 사람


BY 올리브 2003-08-06

지루하고 끈끈한 여름이지만 어쩌다 가끔은 추워서 입술 오돌오돌 떨었었던

겨울이 자꾸 생각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리도 내 기억속에서 새록새록

들쳐대지고 있는지.. 그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 불편했다..

 

나처럼 말라서 눈에 띄였고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은 계획없는 회식이었고 아마도 병동 회식이라서 그랬었던것 같다..

 

겨울만 되면 습관적으로 오돌오돌 떨었던 그날도 난 몸에 옷을 두껍게

입어대는게 불편해서 그날도 간단히 자켓 하나만 걸치고 그 자리에 참석

했었다.. 이러는 날 보고 남들이 늘 그랬었다..

 

'' 춥게 다니지 말아라.. 가뜩이나 빼빼 말라서 눈길가는데 좀 더 입고

   다녀라.. ''

 

그래도 꿋꿋하게 나름대로 방식으로 차려입고 회식자리에 갔었다..

 

먹고 얘기하고 그러다 나랑 닮은 사람이 그곳에 있다는걸 알았다..

모양새도 그랬고 말투도 그랬고 먹는것도 나랑 같았다.

남자가 그렇게 먹는데 좋은건 아니었지만 날 닮은 사람을 만나니깐

어색했던 자리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첨부터 알고 있었다면 나도 남아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첨 알고 나니깐 나도 참 둔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누군가 자기를 닮았다는 건 허망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사실도

거기서 알았다.. 

두사람 모두 추워서 서로 바짝 붙어서 걸으면서 진한 코코아가 먹고

싶다고 했다..  어찌 들으면 지극히 유치한 발상일진대 그땐 그 코코아가

절실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고 이쁜 조약돌처럼 보이는 초코알을

나눠 먹으면서 좋은 감정이 생기는것 같았다..

 

그리고 ..

다시 근무가 시작됐다..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그냥 고개 숙여 인사

하는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근무중엔 반가웠다.. 날 닮은 사람도 그렇다고

했다..

 

'' 낼 내 생일 이거든.. 근무 끝나고 기다려줄수 있지? 어디서 기다릴까..''

 

생일이라는 말에 잠깐 부담스러웠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생각보다 응급환자땜에 마무리 하느라 늦어버렸다..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무거웠다.. 그리고 고개들어 다시 걷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날 닮은 남자가 걸어왔다..

 

'' 너.. 안 오는줄 알고 너 있는데 가보려고 했지.. ''

 

그리고 저녁겸 맥주 마시면서 날 닮은 남자는 너무도 조용하게 말을 했다..

 

'' 니가 원하면 나 너 만날수 있어.. 니가 원한다면 그러고 싶어.. ''

 

'' ... ... .. ''

 

그때 난 그말이 무슨말 인지 잘 몰랐었다.. 다만 날 닮은 남자가 오늘 이후로

내 곁에 없을꺼라는 생각에 그 말이 원망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

날 닮은 남잔 근무기간이 다 되어서 그곳에서 떠났고 그리고 손으로 꼽기가

버거운 시간이 아깝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날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 변한게 있을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수가

없었다.. 나랑 아직도 닮아있는 남자는 그때 그 말을 다시 했다.

 

그 말을 이제서야 알아듣는 여잔 궁금함에 난처함에 손을 내밀었다..

 

그땐 내가 어렸었거든요.. 잘 몰랐거든요.. 그리고 그땐 날 닮은 남자

그대로가 좋았거든요.. 어쩌다 날 닮은 남자와 비슷한 남자가 생각날땐

서운하고 그랬거든요.. 이젠 그 말이 어떤말 이었는지 알았거든요..

그래서 .. 그래서.. 잠깐 후회도 했거든요..

왜냐면 지금도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 ..

 

날 닮은 남자는 그 남자만 가지고 있는 웃음으로 대답 해줬다..

 

날 보고 있을것 같은 그 남자가 있어서 아마도 내 맘이 든든한지도 모르겠다.

아무 욕심없이 그렇게 바라다보던 날 닮은 남자가 변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맘속으로 중얼댔다..

 

들키지 않으려고..

 

그래도 다행인것은..

 

날 닮아서 행복하다던 말을 들을수 있어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것 같은

안도감에 나도 행복했다..

 

닮은 사람들끼리 행복하게 잘 살자고 손 내밀어 악수 하던날..

닮은 사람들끼리 그러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