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들로, 산으로, 바다로
정신없는 늙은 애(?)를 죙일 봐야 하는 내겐 꿈 같은 얘김네다.
너무 예의(?)바른 이웃들은 피서지 갔다 오마 하는 얄미운 보고를
함네다.
내레 굳이 알고 싶지 않은데 웬 일입네까?"
내레 올 여름엔 고저 노인네 똥치우고, 오좀치우고, 밥 해멕이고,
쓸고 딱고 그렇게 때우기로 내게 다짐 또 다짐을 했슴네다.
티비는 그런 내맘을 아는지 파도 출렁,
폭포수를 쫘악 여름 선물로 보여 줬음네다.
"아! 시원타!'
그렇게 하루하루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시요
서울서 친구들이 내려 왔다며 그이는 연실 싱글 거립네다.
함께 가면 참 좋을텐데 미안해서 어쩌지라는 말을 흘리고
내뺐습네다.
'애라 니 혼자 재미 있으라우'
그날밤 열 두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음네다.
배탈? 아님네다.
오목 가슴이 아프다가 배 전체가 아파 오다 오른쪽 귀퉁이가
아파 오는 것이 야요.
내가 아는 의학 상식으로는 맹장이야요."'아이구 배야"
배를 웅켜 잡고 그이 한테 전화를 했슴네다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소리 샘으로...'
"나 아파 죽갔으니 전화 빨리 하라우."
신음 소리를 넣어 음성으로 메세지를 담았시요.
배가 몹시 , 조금 아파오기를 반복, 두어 시간 후 그이한테
전화가 왔시요.
"뭐시? 아파? 참말?"
"뭐? 맹장 같다구? 뭐? 터지면 복막염이 될 수 도 있다고?'
"그럼 복막염되면 연락하라우."
웃기네노래방 소음속에 혀꼬부라진 소리로 정말 그이는 웃기고
있었음네다.
다음날 복통은 사라 지고, 대신 두껑 열린 머리통은 복수혈전에
열을 올렸슴네다.
저녁무렵 그이의 귀가 시간에 맞춰 곱게 분단장하고 외출
준비를 했슴네다.
"아바지! 오마니 단장하고 외박한다 했시요."
아이는 나의 각본데로 연기를 잘 하였고, 그이의 귀가를 확인한
나는 외출을 단행했다.
"내래 없는 동안 똥도 치고 오좀도 치고 잘해 보시라요."
J는 피서 가고, H는 친정가고 .... 어디로 간다지?
궁리 끝에 집앞에서 멀지 않은 저수지를 택하엿슴네다.
우선 조용하면서도 드문드문 인적이 있어 무섭지 않은 곳.
물웅덩이는 어둠에 고요히 안긴 듯 합네다.
불 빛에 간간히 일렁이는 물결은 이 시간 잠들지 못한
영혼들의 펄럭임일까요?
영혼을 물속에 박아둔 건 아닐까? 생각했던 전혀 미동하지
않던 어느 낚시꾼이 찌의 움직임에 잽사게 움직임네다.
그때 낚시군보다 더 잽사게 전화벨이 울어 댑네다
"오마니! 큰 일났시요! 할마니가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합네다.
아 아이 젖 메기러 간다나요?"
"아 아바지요 수원에서 친구왔다고 나가셨슴네다."
차를 빨리 돌려 집으로 와야 했다. 나의 복수극은 싱겁게 끝났다.
아! 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