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겐 신나기만 할 겨울방학이 맞벌이 부부들에겐
또 다른 부담감을 안겨주는 듯 하다.
겨울방학 본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보충하고,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하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하여 보다 더
나아진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함에 있겠지만
함께 여행을 다닐만큼 시간여유가 많지 않은 엄마, 아빠들에게는
그 방학기간 동안을 어떻게 보내도록 해주어야 하는지 걱정스럽다.
이제 아홉살, 일곱살 난 두 아이만 집에 두고서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것 저것 먹을걸 챙겨서 식탁위에 놓아두고, 문단속 잘해라,
가스불 켜지 마라, 집안 어지럽히지 마라.....
나는 어느새 ...하지 마라는 말만 하는 엄마가 되어 버린다.
그런 저런 이유로 나는 방학 첫날인 오늘도 학원엘 가라고 하였지만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일어나 어른들 보다 먼저 집을 나서는
어린아이들에게 계속 강요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 하루쯤 여유시간을 주기로 한다.
이제 내일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족모임에 참석차 오실 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은 한 동안 시골집에 가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저학년이라 그렇게 많은 공부를 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그것도 내심 걱정이다.
어린애들한테 가방 짊어지고 하루 종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다니며
하루 종일 공부만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방학 내내 시골에 보내자니 너무 생활이 나태해지면 어쩌나 한편으론
걱정이 인다.
낮시간에 부모가 곁에 있지 않으니 점심 챙겨먹는 일도 만만치 않고
부모님들께서는 그런 손주들 때문에 맘 못놓으시고,
나는 나대로 일에 열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저 그만한 나이때는 부모손에 이끌려 세상근심 모르고,
한창 밝게 자라야할 것 같은데, 마음 가는데로 모두 다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다.
내 나름대로 생각해 낸것이 학습과제물을 챙겨가지고 시골에 가서
계획표를 짜서 실천하는 일로 일단은 결정을 하였는데,
부모님께 번거로움을 드리는 건 아닌가 그것도 신경이 쓰인다.
방학기간 중 어느만큼을 시골집에서 보내다 보면
아이들은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집에서 저희들끼리 하루를 보내는 일이 아직은 마음이 덜 놓여서
올해까지만 시골에 보내려고 한다.
눈썰매장도 가고 싶다 하고, 눈싸움도 실컷 해보고 싶다 하는
아직은 엄마 사랑해요... 품안에 안겨서 뽀뽀를 해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겨울방학이 마냥 신나기만 한 가보다.
44일간의 긴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
차라리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맛있는 거 실컷 해 먹이고,
그동안 못 가본데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여행을 실컷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인다.
무엇을 위하여 그 많은 것들을 보류하며 나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고집해야 하는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마치 내가 아이들이
되어버린 듯 뭔가 좋은 계획을 세워야 할 것만 같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약 예전의 꿈이었던 교사를 직업으로 가졌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도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엄마노릇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
다가오는 새해에는 ... 하지 마라 하는 엄마이기 보다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구나 ... 라고 말할 수 있는
지금보다는 좀더 좋은 엄마로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