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날씨 예보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
오늘의 날씨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충정과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80 ㎜ 까지 비가 쏟아져 비 피해가 우려된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도를 펼쳐 살펴보고 의논한 결과는 오늘은 비가 동쪽으로 이동하니 서쪽으로 가자는 방향으로 정하고 태안반도에 위치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뿌연 안개비 속으로 달리며 창 밖을 내다보니 ‘만리포 사랑’이라는 유행가가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가사도 잘 몰라서 그저 ‘만리포라 내 사~랑’부분은 가사로 부르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빗속의 차창 풍경은 소나무 숲들이 안개 속에서 고고함을 뽐내고 있어 내가 다른 지방에 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고 새로운 곳에 대한 흥미와 기대로 한껏 가슴이 부풀어서 있는 사이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태안반도가 국립공원이라서 차 주차료(4.000원), 성인 입장료(1.500원), 중고생은 공짜!
입장료를 내고 해수욕장에 들어서니 ‘만리포 사랑’ 노래비가 먼저 반겨준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사를 음미하니 참 낭만적이고 시적이라 두세 번 따라 불러도 전혀 지겹지가 않았다.
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그립고 안타까운 울던 밤아 안녕히
희망의 꽃구름도 둥실둥실 춤춘다.
점찍은 작은 섬을 굽이굽이 돌아서
구십리 뱃길 위에 은비늘이 곱구나
그대와 마주 앉아 불러보던 샹~송
노 젓는 뱃사공도 벙실벙실 웃는다.
수박빛 선그라스 박지향상 그늘에
초록빛 비단 물결 은모래를 만지네
청춘의 젊은 꿈이 해안선을 달리는
참 옥빛 너울 속에 천리포고 곱구나.
다행히도 비를 염려했던 날씨는 너무도 맑았다.
바다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방파제를 넘어가서 게도 잡고 조개도 따며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길 기다리다 들어간 바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은 뚜렷한 경계를 이루고,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은 1.5㎞에 이르는 고운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결 돋보이게 해주었다.
동해와는 달리 높은 파도도 없고 바닥의 높이가 일정한 바다 속은 편안하게 우리를 받아주고, 바다물결 위에는 고추잠자리도 우리와 함께 수영을 즐겼다.
수영을 좋아하는 덕분에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물가에 자주 데리고 다니고 수영도 내가 직접 가르쳤었는데 즐겁게 놀아주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흐뭇하기조차 했다.
젊은 한 무리들의 즐거운 게임도 지켜보고, 꼬맹이들의 소꿉놀이도 쳐다보며, 분홍 빛 사랑에 도취되어 있는 연인들 틈에서 그렇게 하루는 흘러갔다.
이 해변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노래하고 명멸해 갔을까?
그 사랑은 연기자(?)만 달라질 뿐~ 바다와 함께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것임을......
낭만과 젊음이 숨쉬는 만리포해수욕장은 ‘만리포 사랑’이라는 노래와 비단 결 같은 모래, 깨끗하고 맑은 물과 해변을 거닐다 마주친 아름다운 새- 후투티의 머리 위의 왕관을 펼치던 모습과 함께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사랑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