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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찾아서(1)


BY 오솔길 2003-07-26

아침 8시 서대구에 차를 올려서 추풍령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서대전을 지난 차는 논산 벌곡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은 11시를 가리키니 제법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논산 인터체인지를 지나니 가슴이 조금씩 흥분되며 산과 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더욱 반짝여진다.
아버지가 논산 연무대에 장교로 계실 적에 내가 태어나서 유아기를 보낸 곳. 즉 나의 태생지가 논산이어서 남다른 감정이 앞서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남아있는 기억은 없지만 사진 속의 기억들을 떠올려보며 논산 땅을 지나고 부여(능산리 고분군, 부소산성,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들은 스쳐 지나며 주유소에 들러 차에 밥을 먹이고 있으니 타지에서 올라온 차번호를 보고는 주유원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는 충남지도와 뒷장에는 우리나라 전역의 지방도와 고속도로, 철도까지 그려진 지도 하나를 건네준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지도를 구하는 차에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논산 벌곡 휴게소에 잠시 쉴 때 교통이용소에 들러 이 지역 지도를 찾았으나 비치되어 있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주유소에서 받은 이 지도는 여행 다음날 까지도 너무나 요긴하게 이용되었다.

집을 나설 때는 갯벌 체험을 하고자 무창포 해수욕장을 목표로 잡았으나 서천의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장소를 수정하고 달리다보니 ‘서천 해양박물관 ’ 안내판이 유혹을 하지 않는가.

서천 해양박물관은 2002년 3월에 개장했는데 세계적인 희귀 어종과 현존 어종 등 15만여점에 달하는 바다동물을 전시한 서해안 최대의 해양박물관으로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한 바다 속 해양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희귀 조개류와 어류박제, 아름다운 산호와 화석 그리고 살아있는 철갑상어 수족관과 바다뱀, 열대어 수족관 등 신비로운 해양생물들은 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서 넋을 놓기에 충분했다.
바다의 무궁무진함에 놀라고 신비함에 전율마저 일며, 역시 물은 생명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하였는데,
1.2미터에 달하는 식인조개, 황금개오지, 사랑표 모양의 사랑새 조개, 실패 고둥, 도깨비 방망이 고둥, 표범 팽이 고둥, 띄고둥, 무화과 고둥, 인디안 소용돌이 소라, 황새부리 소라, 왕관 담당자 소라 등 각종 조개류만 14만 5천여점. 이름도 무늬도 너무나 다양하여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가집 산호와 벌집 산호 등 산호류 500 여점, 암모나이트와 어패류 화석 등 50 여점, 장수거북, 바다가재, 닭새우, 투구게, 등 갑각류 500 여점의 진품과 함께 수족관 안에는 살아있는 대형 철갑상어, 가오리, 바다뱀, 열대어 등 500 여점이 전시되고 있었다.(조개의 다양함에도 놀랐지만 게의 이름과 모양의 다양함에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기억나는 이름으로는 자게, 붉은 무늬 부채게, 매끈이 송편게, 만두게, 두드럭 게 등이 있었고, 지난 해, 시댁 형제들과 여름휴가를 즐기며 인천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갯벌에서 23마리나 즐겁게 잡았던 갯가재도 보였다. 생긴 모양으로 인해 바다새우다~바다가재다 가족들끼리 우겼는데 이 곳에서 확인하니 그 이름이 갯가재이질 않은가.)

자연과 인간의 미래를 생각하며 서천해양박물관을 나와 춘장대 해수욕장에 들어섰다.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 해수욕장에는 흐린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포구 풍경을 감상하며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갯벌 위에 신발을 벗어서 손에 쥐고 보드라운 갯벌을 느끼며 바다 속으로 조금 거닐어 보다 굵은 소나기에 쫓겨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했다.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서해의 작은 마을 마량포구.
서해에서 해돋이가 이루어지고 새봄이 되면 푸른 파도 위에 500년의 전설이 담긴 진홍색 동백꽃이 피는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 169호)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500여년 전에 마량리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 곳에 제단을 만들 당시 그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하는데, 그 때의 동백나무가 자라서 오늘날의 명물인 동백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8,000 ㎡의 면적에 85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있는데 매년 4월이면 동백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며, 야산의 마루턱에는 ‘동백정’이란 누각이 있다.
부슬비를 맞으며 동백나무 숲을 오르니, 500여년 된 동백나무는 2미터 정도의 키에 가지가 굵고 무성한 동백나무가 꽃 대신 붉은 열매를 무수히 달고 있었다. 바다의 거친 바람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수령의 나무는 5~7미터 정도로 자라나 이 곳은 키가 작단다.

동백나무 숲을 뒤로 하고서 서해안 고속도로 위로 차를 달리다가, 해미라는 아름다운 지명에 반해 해미 톨케이트를 지난 우리는 서산 시내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묵었다.

2003-7-24 오솔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