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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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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돌아 갔네! 그럼 당신 죽은거야?


BY 바다 2003-07-24

 


K읍에서 이웃으로 살다가 서울로 이사간 J는 집들이를 한다며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생각하는 것 하고는 저는 이곳에 안 살아 봤나? 왜 하필 일요일?
차가 밀려서 어떻게 갔다 오냐고 ?'짜증을 내는 내게  그이는
"그렇게 서 서 화만 내지 말고 서둘러 준비해"  한다.

 

이곳에서 J의 집까지는  차가 밀리지 않는다면 자동차로 한 시간의
거리에 있다. 한 시간의 여유를 더 챙겨서  도로를 나섰다.

 

아뿔사 도로는 주차장. 아직 오전인데 아무리 기다려 봐도 차 행렬은
줄어 들질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와는 달리 그이는 FM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직 오전인데 차가 요리 꼼짝 안
하면 뭔가 있다니까? 급한 놈이 가봐야제."

 

교통 아저씨 말 - 200KM 전방 검문소 앞에서 교통사고가 있어 수습
중이 란다.그후 30분이 지나도 도로사정 변함  없음. 그때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 줄 묘안이 떠올랐다.

 

"아 ! 오토바이.  여기서 다음 정류장에 있는 구멍가게를 하는
오촌 아제의 오토바이. 아쉬운데로 그걸 빌려 타는 거야" 

 

오토바이는 낡아서 폼을 잡기에 다소 미흡했지만 지금 폼이 중요하랴.
오직 목표는 제 시간에 가는 거다. [정오까지 꼭] 나는 그이의 허리
를 꽉 잡았고,  우리는 빼곡한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갔다.
"아! 이 상쾌한 맛  길에 있는 여러분 우리가 부러워 죽겠지요?"

 

얼마나 달렸을까? 그이의  체감 속도계가 고장난 것일까? 언젠가
티비에서 봤던 폭주족 마냥 그냥 붕붕 내닿는 거예요.

 

"아 아 아 ....아이고 ,부우웅 공중비행,어질어질 쿵,사아악
바늘 찔린 풍선마냥  의식이 나가는....
 
나는 죽은 걸까? 몸이 새털같이 가벼웠다. 갑자기 자기의 죽은 육신을
내려다 보는 사랑과 영혼의 장면이 생각 났다.

 

그런데 한귀퉁에서 누군가가 훌쩍거리고 있다. 바람소리처럼 휘익거리던
그소리가 또렷히 들릴 쯤에 다리에 심한 통증이 왔다. "여보, 당신 죽은거야?
모가지가 돌아 갔네."   눈물을 훔치는 꺼벙한 모양은 다름아닌 그이 였다.
"뭐? 모가지가 돌아가? 이 바보야 바람들어 갈 까봐
외투를 돌려 입었잖아 히 히 히 " 내 얘기를 확인 하려는 듯
나의 등뒤에서  앞 뒤가 바뀐 내  외투를 만지작 거린다.

 

나는 석달 동안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며 통증이 있을 때마다
"여보 당신 죽은거야? 모가지가 돌아갔잖아"를 생각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