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할멈~!
바로 나다.
남편이 언젠가부터 나에게 붙여준 별명. 마귀할멈~!
나의 잔소리가 시작 된다 싶으면 마귀할멈 나타났다고 입막음 해댄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릴 때도 마귀할멈이라 놀리고
남편의 잘못에 내가 조금이라도 입을 뗄라 하면 바로 마귀할멈이라 놀려댄다.
들리는 말에는 여교사를 부인이나 며느리로 두기 싫은 이유가
심부름을 아이들처럼 시키기도 하고, 잔소리가 심하다나?
그래서 남편도 나의 잔소리를 사전에 봉쇄하기 작전인지 몰라도
일찌감치 나를 마귀할멈이라고 불러 되었다.
그럼 잔소리 안하게 잘하면 될 걸을......
이 기회에 남편의 비리 좀 밝혀야 되겠다.
쓰레기통을 바로 옆에 두고도 아무 곳에나 이쑤시개나 휴지, 과일 껍질 등을 버려댄다.
뭔가 물어볼 일이 생기면 구체적으로 이름을 대면 금방 통할 것을
‘이거는? 그거는? 있잖아~’ 등으로 시작하여 꼭 내가 다시 물어야만 한다.
그런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나기에
참을성이 약간 부족한 나의 입은 속사포마냥 쏘아대어 버린다.
예를 들면,
내가 하루나 이틀정도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마귀할멈이 없는 우리 집은 세 남자의 자유지상낙원이 되어버리는데
자유로운 건 좋지만 현관 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난 다시 속사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어지럽혀진 거실이며 빈 그릇만 수북하게 쌓인 싱크대를 보면 속에서 부글부글~버글버글~
‘이 집은 내 손 만 손이냐! 다른 사람 손은 모두 발이냐!’
‘에구~좀 먹기만 하지 말고 치울 줄도 알아라!’
‘어휴~정말 내가 못살아~’
쉬고 싶은 마음이 우선인데 눈에 보이는 건 잔소리로부터 시작하여 일할 거리뿐이니
마귀할멈 이라고 놀려대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마귀할멈의 효과를 본 적이 있는데
지난해 여름 방학 때였다.
서울에서 2주간의 교육을 받고 늦은 밤 동대구 역에 내려 출구로 나서니
도열하고 서 있는 세 남자~
내가 먼저 발견하고도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데 이 세 남자들은 나중에야 나를 보고도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 함으로 얼굴 한번 쳐다보곤 그게 끝이었다.
달려와서 안기지도 안아주지도 않거니와 손도 잡아주지 않는......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서울역에서 내가 사온 던킨 도너츠만 잘 먹기만 하구......
나 혼자 속으로만 생각했다.
보나마나 집이 엉망일 것이라구~
하루나 이틀을 비워도 난리인데 보름 가까이 세 남자들이 자유를 즐겼을 테니 불보듯이 뻔했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 문을 여는 순간!
아니~ 이럴 수가!!!
뒤죽박죽 엉망일 현관 앞 신발들이 가지런히 정리하고 차렷 자세로 웃고 있질 않은가!
놀란 눈으로 거실에 들어서니 아~ 우리 집이 이렇게 윤이 반짝반짝 나고 30평 조금 더 되는 집이 50평 정도로 이렇게 넓어 보일 수 있다니~
뒤에 들은 얘기로는 내가 돌아오던 날 .
구석구석 대청소를 하느라고 땀 좀 뺏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세 남자가 얼마나 귀여워보이던지 ㅎㅎㅎ
마귀할멈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